북미, 이행조치-상응조치 합의 가능할까

미국이 19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5차 2단계 6자회담 이틀째 회의에서 북한에 초기 단계 이행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묶은 제안을 던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대강의 내용은 북한이 동결-신고-검증-폐기의 핵폐기 4단계 조치 중 1단계인 동결에 해당하는 영변 5MW 원자로 등 일부 핵시설의 가동중단 및 `가동중단 여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까지를 수용하라는 요구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은 대북 서면 안전보장을 할 수 있음을 피력하고 실질적인 경제.에너지 지원 등은 당장 해줄 수는 없으나 워킹그룹을 일단 만든 뒤 향후 핵폐기 과정을 봐가면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나아가 2단계 핵폐기 조치에 해당하는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까지 이행할 경우 서면 안전보장에 더해 경제 및 인도적 지원까지도 해줄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은 지난 달 28~29일 북미 베이징 회동에서 북측에 던진 제안을 세분화한 2~3가지 `패키지’를 제시하면서 `이행 조치의 수준만큼 혜택도 돌아갈 것이니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시설 가동중단 등 핵폐기 관련 절차로 들어가려면 미국이 BDA(방코델타아시아) 자금동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본격적인 `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논의 진행을 위해서는 북한이 우선 BDA와 본 회담 간에 묶어 놓은 연결고리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9일까지 내비친 입장으로 볼 때 BDA 동결자금을 풀 수 있다는 확신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의 제안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20일 이틀째 진행될 BDA 실무회의에서 BDA 해결에 대한 모종의 돌파구를 확인한다면 이번 회담은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BDA 자금해제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조만간 풀릴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북한이 핵폐기 이행조치와 상응조치 간의 `딜’을 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본격적인 딜이 이뤄진다면 북한은 최소한 서면 안전보장에 더해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담긴 내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바 합의는 영변 원자로 동결에 대해 미국이 연간 50만t의 중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거기에 더해 북한은 식량,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더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 대로 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중유제공 문제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동결’에 대해 중유로 보상했던 제네바 합의를 `클린턴 정부’의 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파문 이후 사실상 사문화한 제네바 합의로 돌아가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중유제공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럴 경우 한국과 중국 등이 중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우선 미국을 향해 상응조치 수위에 신축성을 보임으로써 일단 최소한의 합의라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에는 핵무기 6~7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현 상태에서의 핵시설 동결은 1~2개를 만들 분량에 그쳤던 1994년의 `동결’에 비해 값어치가 한참 떨어지기 때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는 `동결’에 대해 에너지 지원까지는 못 가더라도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은 검토할 수 있다는 카드로 북미간 입장 차를 좁히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결’이라는 1단계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이 제안한 `서면 안전보장’에 인도적 지원을 더함으로써 북한이 외면하기 어려운 `패키지’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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