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예비회동 어떤 얘기 나눌까

“6자회담의 풍향계라 할 수 있다.”

13개월 만에 재개되는 북핵 6자회담의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베이징(北京) 외교가의 시선은 온통 이날 오후 늦게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회동’에 쏠려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미 한차례 치열한 신경전을 치렀다.

전날 베이징에 도착한 김 부상이 ‘제재해제 선결’을 주창하자 베이징을 찾기 전 경유지인 일본에 들른 힐 차관보는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공세를 비켜갔다.

두 사람은 지난달 28-29일 베이징에서 만났었다. 그러니까 19일 만에 다시 베이징에서 만나는 것이다.

양측은 지난달 회동에서 15시간에 걸쳐 깊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2002년 2차 핵위기가 불거진 이후 양측이 이 정도로 속 깊게, 그리고 길게 얘기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서로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단 서로의 입장은 명확히 전달된 상태다. 미측은 이른바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충분히 설명했다. 이 조치에는 ▲영변 5MW 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핵프로그램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에는 서면화 된 체제보장, 종전협정 서명 등 평화체제 논의, 중유 제공을 포함한 에너지 지원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센티브가 다양하게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측은 이행조치를 단계별로 구분해 전체가 아닌 부분적 조치를 이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도록 인센티브의 내용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런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협상단계를 세밀하게 단계적으로 만드는 일종의 ‘살라미 전술’에 능한 북한이 핵폐기 조치를 아주 많은 단계로 잘라 협상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7일의 북미 예비회동에서는 지난달 북미회동에서 북한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답변,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한 북한의 결정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 과정은 철저하게 서로의 본심을 탐색하는 신경전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예비회동에서 제기될 경우 북미 회동을 넘어 6자회담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된다. 어차피 6자회담의 핵심 당사국은 북미 양측이고, 양측의 충돌은 곧바로 협상 구도를 흔들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BDA(방코델타아시아) 변수가 주목된다. 양측은 17일 회동에서 BDA 워킹그룹회의를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BDA 회의는 앞으로 6자회담과 동시에 이뤄진다.

어느 일방에서 이미 서로 주고받은 내용 외에 ‘의외의 주장’을 하고 나올 경우 분위기는 곧바로 경색될 수 있다.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새로운 증거’라든지, 미국에 대해 추가적인 요구를 북한이 제기한다면 서로의 대한 ‘신뢰감의 손상’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결국 판을 깨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예비회동 다음날 6자회담 개막식이 열린다는 점, 그리고 의장국 중국이 사전충돌 가능성을 예방하려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7일 북미회동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합의, 말하자면 주요 현안은 회담장에서 논의한다는 공감대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