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싱가포르 회동서 핵신고 해결되나

북한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8일 싱가포르에서 만나기로 함에 따라 지난 3개월 간 북핵문제의 진전을 막아온 핵프로그램 신고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북핵 `10.3합의’에 따라 북한은 작년 12월31일까지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며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 관련 사항은 물론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핵신고가 시한을 넘겨 계속 미뤄져 왔다.

북.미 수석대표는 그동안 2월 베이징, 3월 제네바에서 잇따라 만나고 이후 뉴욕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핵심 쟁점인 UEP 및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한 이견을 상당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져 이번 싱가포르 회동에서 최종 타결된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도 4일 인도네시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빠른 시일 안에 북한의 핵신고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외교 소식통은 5일 “미국 측이 다시 만나 같은 얘기를 나눌 것이면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음에도 북측이 오히려 회동에 적극적이었던 점으로 비춰볼 때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의 협상은 다 되는 것 같아도 마지막 하나 때문에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아직까지도 이견이 있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해법이 마련될 지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북.미는 일단 플루토늄 관련 사항은 북한이 정식 신고서에 담아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지만 UEP와 핵협력 등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사항은 신고서에서 빼고 `간접시인’ 방식으로 양측만 공유하는 `비밀의사록’을 통해 신고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의사록’이란 UEP와 핵협력설 등 북측이 자진해서 공개적으로 신고하기 부담스런 사항을 북.미 양측만 공유하는 문서에 정리하는 것으로,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지만 6자회담 참가국들에는 회람된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간접시인’은 미국이 자신의 이해사항을 기술한 뒤 북한이 이를 적절한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중국이 과거 1972년 미.중국 간에 있었던 `상하이 공동성명’을 참고해 제안한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 성명에는 “미국은 대만 해협 양안의 모든 중국인이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한다는 것을 접수한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에 대해 도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접수(acknowledge)’하며 ‘도전하지 않는다(does not challenge)’는 완곡한 표현으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 측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 의회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의결하려면 상하이 공동성명에서 사용된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훨씬 분명한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으며 이 같은 방향으로 거의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관건은 UEP와 시리아 핵협력 의혹 등에 대해 미국 측이 적시할 내용이다.

북한은 비밀의사록에 담길 UEP 및 핵협력 의혹 관련 사항이 미 강경파가 공세를 퍼부을 빌미만 제공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간접시인’ 방식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번 회동에서 신고문제가 타결되면 미국은 곧바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핵신고를 마무리짓고 핵폐기에 돌입하기 위한 6자회담도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도 북.미가 타결에 이르지 못한다면 북핵문제는 장기 공전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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