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신경전 속 기타 4개국 중재 `분주’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를 계기로 한 북미 회동 성사 여부를 둘러싸고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오전까지 NEACD 참석차 도쿄에 머물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회동 일정을 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6자회담 당사국 대표들이 회담 재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어렵게 모였지만 정작 회담의 앞길을 막고 있는 갈등의 당사국인 북미 수석대표가 만나지 못한다면 이번 ‘도쿄 회동’의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측은 현재까지 북한과 회동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고 전날까지 북미 회동에 적극성을 보이던 북측도 힐 차관보의 싸늘한 반응에 자존심이 상한 듯 양자 회동 성사여부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한미 수석대표 조찬회동 직후 “6자회담을 보이콧하는 사람과는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했고, 김 부상은 전날 ‘무조건적 6자회담 복귀’라는 힐 차관보의 입장에 변화 기미가 없자 “그렇게까지 해서 만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이날 NEACD 연설을 마친뒤 “이번 회의 기간에는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 처럼 북미 양국이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입장만 갖고 봐서는 북미 회동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나머지 회담 참가국 대표들이 북미 회동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어 모종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미를 제외한 나머지 참가국 대표들은 현재 ‘무조건 회담복귀’를 주장하는 미국과 ‘금융제재 해제 전 복귀 불가’를 외치는 북한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0일 밤 한.미.일 대표 회동에서 6자회담 재개 방안과 이번 회의기간 북미 회동 성사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고 11일 오전 한미 수석대표 조찬회동에서는 참가국 사이에 논의된 아이디어가 미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위기를 반영하듯 북미를 제외한 기타 회담 참가국 대표들의 발언에는 기대감이 일부 엿보인다.

북미회담 가능성을 줄곧 비관적을 보던 천영우(千英宇) 우리 측 수석대표는 10일 밤 한.미.일 3자 회동 후 “현재로서는 좀 더 두고 보자”며 “아직은 (북미회동 성사 여부와 관련)낙관도 비관도 하기에 시기상조다”고 했고,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10일 북측 김 부상과 회동한 뒤 “북한측이 회담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지만 북미가 서로 명분을 잃지 않는 ‘지점’에서 회동할 여지는 있다고 보고 있다.

북미가 서로 한발씩 물러서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기타 회담 참가국들이 제시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만남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섣불리 북미회동을 가졌다가 성과가 없을 경우 회담 교착의 책임을 미국에 안기려는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겠지만 동시에 북미회동을 위한 나머지 참가국들의 노력을 외면하는데 따른 ‘역풍’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1일 힐 차관보와 우 부부장간 회동에서 미측이 기타 참가국들의 제안에 전향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이날 밤 또는 12일 중으로 북미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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