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수석대표 마라톤 협상…팽팽한 기싸움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8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꼭 4주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댔다.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주선한 이날 회동은 장소와 구성원은 물론 회동 방식까지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지난 달 31일 베이징 회동 때와 같았다.

중재자인 우 부부장이 오전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을 각각 따로 만나 양국 입장을 듣고 나서 3자가 함께 하는 오찬협의를 가진 뒤 오후 양자 또는 3자 형태로 마라톤 협의를 진행한 지난 달 31일 회동의 포맷을 이날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이다.

북미가 6자회담 재개 합의 후 처음 만나 ‘샅바싸움’을 벌인 이날 회동은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 시작해서 오후 5시께야 마무리된 지난달 31일 협의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는 양자와 3자 회동을 오가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기싸움은 김 부상이 이날 오전 베이징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부터 불꽃을 튀겼다.

김 부상은 ‘누구를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기 춤 박자를 소개하겠다는 힐 차관보의 친절한 초청에 의해 길을 떠났다”는 알듯 모를 듯한 수사를 동원, 힐 차관보와의 회동 계획을 소개했다.

전날 입국하면서 북미 회동 계획에 대해 직접적인 확인을 하지 않았던 힐 차관보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부상은 이어 “우리는 핵실험을 통해 외부의 제재와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당당한 지위에서 아무 때든 회담에 나갈 수 있다”며 미국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핵보유국’ 주장까지 넌지시 던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쟁점이 너무도 많다. 이번에 좀 좁혀야 하는데..”라고 말해 미측과의 협상에 진지하게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은 그동안 북핵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온 방코 델타 아시아(BDA) 계좌동결 문제, 북한에 요구할 초기 이행조치와 관련국들의 상응조치 등 모든 현안을 망라한 사실상의 미니 6자회담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회담 개최국인 중국의 중재하에 힐 차관보가 사실상 나머지 회담 참가국들의 대표 자격으로 김 부상을 만난 격이었기 때문이다.

회담 재개에 합의한 지 4주가 지나도록 차기 회담 날짜를 잡지 못한 것도 이날 회동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북미 회동의 결과가 차기 6자회담에 미칠 영향력이 지대한 까닭이다.

그 만큼 이날 회동은 6자회담 못지 않은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일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베이징 시내 호텔에서 오찬을 겸한 양자 협의를 가진 뒤 3자 회동의 결과가 나오기를 조용히 기다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