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수교 급물살타나

북한과 미국은 과연 중간단계를 뛰어넘어 직접 수교로 나아갈 것인가.

미국 뉴욕에서 7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1차회의에서 북한이 연락사무소 개설없이 곧바로 외교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가의 시선이 양측의 향후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북.미 회담이 끝난 뒤 `입을 다물 지 못할 정도로 만족해 하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 대표단을 보면서 현지에서는 `연내 수교합의 빅딜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에서 곤경에 빠진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북한과 `단기간내 수교’라는 카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빅딜설의 배경이다.

여기에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이 조만간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해제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오가면서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미국의 태도 변화가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2009년초에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측면도 있다.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의 경우 정식 수교 이전에 이익대표부나 연락사무소 등 중간단계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식 외교관계 수립 이전에 영사기능이나 관련 기업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기관을 잠정 설치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도 과거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양국 관계정상화 논의를 하면서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를 협의했었다. 그 결과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사무소 건물까지 물색했으며 실제 미국측에서는 에번스 리비어 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 평양 연락사무소장으로 내정돼 서울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국의 심장부’ 평양에 미국의 공관이 설치되는 것을 두려워한 북한이 마지막 단계에서 주춤거리면서 연락사무소 개설이 무산됐었다.

이번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북한은 연락사무소 개설에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연락사무소는 미.중관계에서 매우 훌륭한 모델이었지만 북한과는 공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를 두고 일부 외교소식통들은 연락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교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북한 핵폐기를 최우선 목표로 상정하는 미국의 전략을 감안할 때 산적한 현안이 해결되기 전에는 `단계를 뛰어넘는 수교’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2.13합의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비핵화 부분이며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논의도 비핵화를 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조성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따라서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교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특히 ‘핵무기 또는 핵물질의 제3자 이전’을 금지선(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믿을 만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전에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폐(테러지원국 지정해제나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등)와 관련해서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설혹 이번 뉴욕 북.미 회담에서 양측이 모종의 빅딜을 했더라도 관계정상화와 관련된 로드맵에서 미국이 성급한 수교제안을 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다만 핵폐기의 단계적 조치를 나열한 뒤 이런 조치를 취하면 관계정상화와 적대시 정책 철폐에서도 이런 조치들을 취해주겠다는 내용을 정리했을 가능성은 상정할 수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측이 연락사무소를 거부하는 북한을 강력하게 설득하지 않은 것은 북한을 배려한 태도로 풀이된다.

핵폐기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이고 김정일 체제에 대한 미국의 보장약속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양 한복판에 성조기가 휘날리는 장면을 피하려는 북한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려면 공관 경비나 통신보안 문제 등 처리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결국 연락사무소를 건너뛰고 곧바로 수교하자는 의중을 내비친 북한이나 그런 북한에 사실상 제동을 걸지 않은 미국의 입장은 이 시점에서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해보자는 양측의 전술적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게 외교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 핵 문제가 북.미 양자에 국한된 현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핵폐기 분야에서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는 지도 북.미간 관계정상화의 진전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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