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샘플링 `딴소리’..6자회담 `난관’

북한과 미국이 북핵 검증의 핵심인 시료채취(샘플링)에 대한 합의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는 시료채취가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취해진 조치여서 추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면 6자회담이 난관에 처하는 것은 물론 한.미 간의 공조체제에도 금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달 1∼3일 평양에서 이뤄진 북.미 검증협상의 결과를 공개했는데 미국 국무부가 발표했던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우선 철저하고 정확한 검증을 위해 필수적인 시료채취 가능 여부에 대해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은 “검증방법은 현장방문과 문전확인, 기술자와의 인터뷰로 한정된다”고 못박은 뒤 “서면합의외에 한글자라도 더 요구한다면 가택수사를 시도하는 주권침해행위가 될 것”이라며 시료채취에 대한 거부 방침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11일 북한과의 검증이해사항에 대해 “시료채취를 포함한 과학적인 절차에 대해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리 근 미국국장과의 뉴욕회동 이후 기자들에게 “과학적 절차에 의한 검증이 시료채취를 포함한 다양한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서로 완전히 이해했고 양측간에 실질적인 의견 차이는 전혀 없다”면서 `시료채취’가 가능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미국측은 당시 뉴욕을 방문했던 황준국 북핵외교기획단장에게도 `시료채취가 가능하다’고 재차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미국의 설명은 검증대상에 대해서도 다르다.

미국은 “신고되지 않은 시설에 대해서는 상호 동의에 의해 접근한다”면서 검증조치는 플루토늄 관련 시설뿐만 아니라 우라늄농축과 핵확산 활동 등에도 모두 적용된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검증대상은 영변 핵시설”이라고 한정지었다.

정부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미국의 설명과 다른데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의 설명과는 다른 발표를 내놓은 이유와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이유야 어쨌든 북한이 시료채취를 거부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것은 유감이며 미국 등 관련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기 말 외교업적에 쫓긴 부시 행정부가 북핵 진전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힐 차관보와 북한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북.미 간에 합의문서와 별도로 구두 양해를 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 다른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에 합의문과는 별도로 문서로 정리하지 않은 양해사항이 존재한다”면서 “양해사항에 시료채취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북한은 합의문만을 기초로 발표를 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담화에서 “무력화(불능화) 단계에서 핵신고서에 대한 검증의 방법과 범위를 규제하는 특수상황”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불능화단계에서는 제한적인 검증밖에 못하지만 추후 본격적인 핵포기 단계에 들어가면 시료채취 등의 보다 구체적인 검증활동을 한다는 식으로 북.미가 양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료채취를 비롯한 검증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6자회담은 다시 위기에 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내 개최가 추진되던 6자회담은 당분간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내년 1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까지는 비핵화 2단계(불능화 및 신고)를 대부분 마무리한다는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본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며 `섣부른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던 우리 정부도 강경한 자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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