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밀신고’ vs ‘분리신고’ 기싸움

북한과 미국이 현안인 핵 프로그램 신고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발표 예상시점이 4월말인 점을 감안하면 양측이 이달 중순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막판 샅바싸움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은 2일 미국은 현재 ‘완전하고 충분한 핵신고’를 내용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북한이 민감해하는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과 핵 확산 활동 부분에 대한 ‘비밀신고’를 허용키로 하는 등 형식적인 면에서는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북한측도 ‘비타협적 자세’에서 벗어나 ▲플루토늄 추출 내역에 대한 신고및 검증을 보장하는 대신 ▲우라늄 농축 문제는 일단 놔두고 6자회담을 조기에 재개한 뒤 추후 논의하며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한 의회 통보 등 절차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핵 신고도 중요하지만 핵시설 불능화 등 비핵화 조치도 매우 중요한 만큼 핵 신고 문제 논의를 계속하면서 가급적 조기에 핵폐기에 돌입하자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이 핵신고와 관련된 미국측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상황은 진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한 설득에 주력하고 있고 북한측도 미약하지만 미국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최근 잇따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것도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만남을 통해 북한측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의장국 중국과의 대북 설득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정부의 또 다른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1일 다시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김계관 부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미국측 안에 대한 북한 내부의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힐 차관보의 분주한 행보는 테러지원국 해제 시점 등을 감안, 3월 중순까지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속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측이 3월 중순까지 핵 신고와 관련해 ‘완전하고 충분한’ 내용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부시 행정부의 임기 등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북.미 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의 진전이 어렵다는 점을 북측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측이 UEP 문제 등에 있어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미국내 여론이 악화돼 힐 차관보와 그의 상관이 라이스 국무장관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의 중국대사관을 전격 방문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행보를 하는 만큼 전체적인 국면은 아직 부정적인 쪽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협의에서 자세전환을 이끌어낼 경우 6자회담은 3월 중순께 재개되고 북한의 핵신고 제출에 맞춰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의회통보 등의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이 시간끌기를 할 경우 전체적인 협상 국면은 장기 교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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