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베이징 협상 ‘실패’ 단정 이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외교부는 29일 오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짤막한 발표문을 통해 28일과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북·미·중 수석대표들의 비공식 회동이 사실상 성과없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몇 차례의 3자협상 및 북·미 양자협상을 통해 “솔직하고 깊이 있게” 6자회담 프로세스 추진방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기는 했으나 회담 재개 일정에 합의하지 못한 채 3국이 가능한한 조속히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29일 오후로 예정했던 한국행을 취소하고 하루 밤을 더 베이징에 체류하게 되자 일각에서는 북·미가 30일 또 한 차례 만나지 않을까 관측도 나왔지만 중국 외교부의 이런 발표는 이번 회동과정이 모두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김 부상에게 한·미·일 3국의 하노이 비핵화구상을 설명했고, 김 부상은 “평양에 돌아가 검토한 후 회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일단 회담의 ‘연내’ 재개 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검토한 후 회답하겠다”는 말 속에는 판을 깨겠다는 뜻보다는 앞으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계속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가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단기간 내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는 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측은 미국과의 이번 협상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거나 결렬됐다고 판단할 경우 기자들에게 그 까닭을 설명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김 부상은 회동 장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을 나오면서는 물론 주중 북한대사관에 도착해서도 기자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한 특사외교와 중재외교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및 핵실험으로 빈사지경에 이르렀던 6자회담 재개의 불씨를 살려낸 중국도 비록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북한의 회답을 기다려보자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이번 협상의 중점을 북한측이 6자회담 재개 초기에 이행해야 할 조치들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북한의 약속을 받아내겠다는데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마찬가지로 판을 깨겠다고 생각하지 않는한 일정 기간 기다려 볼 가능성이 크다.

주중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힐 차관보가 30일 오전 베이징을 떠나기에 앞서 이번 협상에 대해 간단한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으나 29일 밤까지는 기자들을 철저하게 따돌리면서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듯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측이 한·미·일의 하노이 비핵화구상 검토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신속하게 ‘긍정적인’ 회답을 보낸다면 연내에 또 한 차례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고, 더 잘 되면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이번 협상을 실패로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은 북한 핵실험 전의 상대방 입장이 무엇이었고, 핵실험 후의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여러 차례의 협상과 회담을 통해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변질됐는지 등을 너무 잘 알고 있고, 특히 북한의 경우 결정권자의 결단만 있으면 회답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미국이 회담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북한의 회담 초기 이행조치와 다른 회담 참가국들의 상응조치를 분명하게 정한 다음 재개하자는 입장인데 비해 북한은 핵보유국의 자격으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하면 이 문제로 교착상태를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베이징 관측통들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상황 변화 때문에 대북 금융제재 해제가 부차적인 문제로 격하된 감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당당한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미국은 ‘절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자세여서 다른 문제와 연계한 해법이 모색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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