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동상이몽식 행보속 접점찾기

북핵 해법을 놓고 북.미가 `동상이몽’식 행보를 보이는 한편으로 대화의 접점을 찾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노리며 적극적 `구애공세’를 펴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한 채 국제사회의 공조망 속에서 대북압박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형국이다.

먼저 북한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 이후 `도발모드’에서 `대화모드’로 방향을 선회한 양상이다. 미국을 향해 연방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유화 제스처를 펴는 한편으로 여기자 석방에 이어 개성공단 근로자 석방을 통해 국제사회에 `달라진 북한’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북한 김영일 외무성 부상이 최근 베트남과 몽골 방문에서 “조.미간에 중대한 진전이 있을 것”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대미 유화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공조로 수세에 내몰린 북한으로서는 대미 유화제스처를 통해 현재의 제재흐름을 제어하고 미국과 직접 담판하는 쪽으로 국면을 끌고 가려는 포석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또 북한이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무자비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는 했지만 클린턴 방북 이후 미국을 직접 겨냥한 비난성명과 보도가 크게 잦아든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남측에 대해서는 일정한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개성공단 근로자 유씨의 경우 미국 여기자 석방과 같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풀어줌으로써 미국을 향한 유화적 제스처로 활용하겠지만 남북 당국간 대화는 현단계에서 득이 될 게 없는 만큼 응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방북일정을 네차례나 연장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현재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그야말로 `토끼몰이’ 식으로 대북압박 작전을 펴고 있다. 6자회담 관련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포위해가며 6자회담 쪽으로 출구를 유도하는 구도다.

미국의 조선광선은행 독자제재, 인도의 북한선박 나포.검색, 홍콩의 `조선펀드’ 조사 등이 이 같은 흐름을 방증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16일 “앞으로 선박검색과 금융제재가 속출하면서 북한이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필립 골드버그 미 국무부 조정관이 이끄는 대북제재팀이 이번주 2차 아시아 투어에 나서는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이후 `이완된 고삐’를 다잡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확인해주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금융중심지이자 해양국인 싱가포르와 태국이 순방 대상국에 포함된 것은 향후 제재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다만 이 같은 ‘고삐죄기’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퇴로’를 열어놓으며 북한을 유인하고 있다. 이미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6자회담으로 복귀할 경우 북미관계 정상화는 물론 경제.에너지 지원, 평화체제 구축 등 대대적인 대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목에서는 강력한 ‘한미공조’ 분위기도 물씬 묻어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와 상당부분 궤를 같이하는 `포괄적 대북제안’을 내놓은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간 다양한 형태로 대화를 향한 신호교환이 이뤄지고 있어 협상 분위기가 `숙성’되고 있어 보이는 점은 주목된다.

북한 김영일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의 대화 용의를 표명한데 대해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6자회담의 전제하에 “북한과의 대화를 수용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북한이 의무를 준수하고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북한의 정치적 약속이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당초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조치 내지 확실한 동의를 요구하던 데서 ‘정치적 약속’으로 톤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당장의 요구 수준을 낮추는 대신 포괄적 반대급부를 약속함으로써 북한에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출구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 당국도 다르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폐기를 하지 않아도 북핵 포기에 대한 결심 정도만 밝힌다면 우리 정부는 얼마든지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이라며 미국과 입장이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북.미 양측이 본격적인 대화 테이블에 앉으려면 일정한 조정기를 거쳐야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오는 27일 마무리되고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면담을 거친 연후에야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