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흐름’ 유지속 대립 양상

서해교전이라는 변수가 돌출한 이후 북.미가 ‘절제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팽팽한 신경전으로 치달았던 일주일전 분위기와는 달리 서로를 자극하는 언동을 삼가는 분위기다.


먼저 미국은 대화 용의를 거듭 표명하고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 참석후 기자들에게 “(서해교전이) 우리의 (북.미대화)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연내 방북계획을 발표한 전날 국무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지금까지 나온 차분한 대응에 고무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역시 추가적 도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사죄를 요구하는 북한군 최고사령부의 ‘보도'(10일)와 ‘노동신문’의 개인논평(12일)이 나오기는 했지만 현재의 대화흐름을 뒤엎을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동신문의 개인논평은 남쪽에 대해서는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도 북.미대화와 관련된 대목에서는 “국제적으로도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민족은 물론 광범한 국제사회가 지지, 환영하고 있다”고 차별화된 입장을 보였다.


양측의 이 같은 기류는 내달초로 예상되는 양자대화를 의식한 행보임은 물론이다. 북한의 의도성 여부를 떠나 이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확전 양상으로 갈 경우 자칫 대화흐름이 끊어질 수 있다는데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양측이 북.미대화라는 ‘정해진 코스’를 향한 수순을 밟고 있지만 전도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다.


이번 대화의 기본성격과 의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시각차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도 클린턴 장관의 발언이 주목된다. 그는 “방문의 목적과 한계를 북한측에 명백히 했다”면서 “이는 협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화를 ‘협상’으로 끌어가려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사전 쐐기를 박아둔 셈이다.


그는 특히 “우리의 북한에 대한 예상은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의지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대화를 미국과의 ‘담판장’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는 게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6자회담 복귀 약속을 고리로 북.미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과 같은 ‘통 큰 양보’를 이끌어내는데 전력투구할 것이란 예상이다.


워싱턴 기류에 밝은 정부의 핵심 소식통은 12일 “현재로서는 양측의 대화가 잘 된다고 보장하기 힘들다”며 “미국이 대화를 하지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양측의 시각차가 극명한 현 시점에서는 대화가 의미있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외교가가 주목하는 변수는 북.미대화가 일단 열리면 상황이 매우 가변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과거 협상패턴을 보면 첫 대화에서 통 큰 의제를 던져 상대방의 전략적 대응에 혼선을 주고 이후 대화에서 각론을 파고들어가 ‘양보’를 얻어내는 전술을 구사해왔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이 경우 ‘핵없는 세계’ 공약의 실질적 성과를 내야할 오바마 행정부의 스탠스를 감안하면 의제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지난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한 실무협의에서 북.미대화와 관련한 상황별 대응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의견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