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단계적 대화’ 수순 밟나

미국이 ’수주내’ 결정하겠다고 밝힌 북.미 양자대화의 세부 밑그림을 놓고 외교가의 관측이 무성하다.

대화결정의 키를 쥔 미국 당국자들은 “확정된 게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미 외교가에서는 시기와 장소, 대화형식, 대화상대, 배석단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흐름은 지금껏 유력시돼온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이달말 평양방문 시나리오에 ’수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달만 해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보즈워스 대표가 대규모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으로 들어가는 안이 정설로 통했다. 그 시기는 “10월말 또는 11월초”(정부 고위소식통)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 이후 미국 내부 기류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전략적 모호성’이 담긴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북.미대화의 형식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노림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대북특사를 북한에 보냈다가는 북한의 게임전술에 휘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격(格)을 낮춰 중간급 북.미대화를 먼저 진행하고 이후 고위급으로 격상하는 ’단계적 대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8일(현지시간) 주미 한국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미 국무부 관계자의 얘기로는 중하위 레벨에서 북미 접촉이 조만간, 1개월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에 해당하는 보즈워스 대표를 곧바로 평양에 보낼 경우 사실상 북한이 노리는 ’북.미 양자협상’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6자회담 복귀 설득용’이라는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즈워스 팀의 성 김 북핵특사와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북핵 당국자가 조만간 평양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회동해 낮은 단계의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북한의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26∼27일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차 방미를 추진 중이어서 이를 계기로 성 김 특사와 회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 측에서는 허철 평화외교기획단장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번 회의에 쏠리는 관심도를 증폭시키고 있다.

2006년 4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NEACD 회의에는 당시 미국과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참가해 주목을 받았었다.

이 같은 단계적 대화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북측의 대화 파트너가 불분명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지위라는 점에서 그에 걸맞은 고위급 인물이 대화 파트너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측의 반응이 뚜렷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조야에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9일 “제1차 핵위기 때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제2차 핵위기 때는 김계관 부상이 미국 특사의 상대역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뉴 페이스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위원회 인사나 당 고위간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 인사가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서는 박길연 전(前) 유엔주재 북한 대사나 한성렬 북한 군축평화연구소 대리소장이 새로운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북.미대화의 형식을 놓고도 양측의 시각차가 점쳐지면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통 큰 거래가 가능한 ’담판’ 형식의 단독회담 또는 소인수 회의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으로서는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확대회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배석단의 면면을 놓고는 로버트 킹 북한인권대사의 참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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