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뉴욕회동 앞두고 장외 `신경전’

이달 7일 뉴욕에서 열릴 위폐.금융제재와 관련한 북미간 회동을 앞두고 양측이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위폐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의 전기(轉機)가 될 수도 있는 이번 회동을 앞두고 양측이 각각 외교부 대변인 또는 부대변인의 언급을 통해 협의에 나서는 자국의 공식 입장을 선명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우리는 위폐 제조와 유통의 피해자”라며 “현 사태의 책임은 반 공화국 금융정책을 통해 우리에게 `선 핵포기’를 강박하려는 미국에 있다”며 위폐 제조.유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국제 금융체계에 가입해 정상적인 은행거래를 하려 했으나 미국의 방해 책동으로 성사되지 못했다”며 “우리가 정상 무역거래를 통해 받은 현금을 입금시키는데 대해 불법적으로 번 돈을 세척한다고 하고 있으며, 현금 거래과정에 끼어 들어올 수 있는 위조달러에 대해 우리가 제조해 유포시키는 것이라고 걸고 든다”며 `역공’했다.

그간 위폐 의혹에 대해 막연히 날조라고만 주장해온 북한이 미국이 혐의를 두고 있는 부분을 적시하고 그에 대해 해명하는 동시에 혐의를 받게 된 배경에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하루 앞선 지난달 27일 발언은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이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 평양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한 6자회담은 불가능하다”며 금융제재와 6자 회담을 연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28일 발언은 `북한 피해자론’과 `미국 책임론’을 내세워 전날 백 외무상의 인터뷰 내용을 보완한 것으로, 북측의 기존 입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도 곧바로 대응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한국시간 1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다음 주 우리 측 브리핑은 북한에 조치를 취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북한의 `결백주장’을 일축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의 발언은 위폐 제작 및 유통, BDA를 통한 위폐 세탁 등에 대한 북한의 `방어논리’를 깰만한 증거가 축적됐다는 자신감을 내 비친 것으로 읽힌다.

또한 그는 북미회동의 성격이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와 그 근거를 북측에 설명하는 `브리핑’이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이번 회동을 계기로 금융제재를 정치적으로 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북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과 미측 재무부 등 실무자들이 과연 7일 회동에서 회담재개를 위한 긍정적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게 됐다.

북미 양측의 신경전만 놓고 양측이 7일 위폐 문제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지, 아니면 위폐 문제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양측이 해야할 조치를 협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속단키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지난달 28일 발언과 관련,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는 거의 예외없이 무언가 발표문 형태로 입장을 내 놓았다”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상대를 수세로 몰겠다는 작전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미국 정부내 일부 인사들이 북한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 서 북한이 일찌감치 혐의를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은 미국 정부 안에서 7일 회동의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 부정적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선임 연구원은 “위폐의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협상에 앞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북미간 입장차가 선명하지만 7일 협의에서 6자회담 재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