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뉴욕회동서 BDA해법 찾을까

북미 양측이 다음달 7일 뉴욕에서 위폐 및 금융제재 문제를 협의하는 회동을 갖기로 하면서 금융제재의 무대가 된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9월 북한의 위폐 세탁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며 BDA를 ‘돈세탁 우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자 마카오 당국이 북한 계좌를 포함한 BDA 계좌를 폐쇄한 것이 금융제재의 출발점이다. 북한은 26일 현재까지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간 회동에서 아직 미 재무부의 최종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BDA 문제와 관련, 양측이 접점을 찾을 것인지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여부를 결정하는데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 BDA 제재하나로 ‘휘청’ 그 이유는 = 미국 재무부는 9.19 공동성명 타결 나흘 전인 지난해 9월15일 북한이 BDA를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고 마약 등의 불법 국제거래 대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은행을 애국법 제311조에 따라 ‘돈세탁 우선우려(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 대상으로 지정했다.

직원 수 약 340명으로, 마카오내 은행 순위 6위에 불과한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데 불과했지만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은 미국 은행과 거래할 수 없다’는 무언의 경고가 담긴 이 조치의 파급효과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연루된 은행은 물론 그 은행과 거래를 맺고 있는 타 은행에 대해서도 자국계 은행에 거래 중단을 요청하기 때문에, BDA에 취한 조치로 세계의 여타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꺼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외국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피하게 된다는 것은 결국 북한이 외국과 거래대금을 주고 받는 통로가 막히는 것을 의미하며 돈이 오갈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대외무역 마비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북한이 올 1월9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BDA를 통한 미국의 금융제재를 “핏줄을 막아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도 말살행위”로 표현한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닌 셈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이 문제를 풀려던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 한 단계 아래인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위폐 관련 북미협의에 파견키로 한 것은 북한이 얼마나 이 문제 해결에 부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BDA 제재에 담긴 미국의 속내는 =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이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대북금융제재 조치들이 6자회담의 성공 전망을 높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데서 보듯 미국은 핵문제 해결에 BDA 카드를 활용하고 있음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이 하필 9.19 공동성명을 즈음해 금융제재 카드를 꺼낸 데는 어떤 노림수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범법행위에 대한 단순 제재’나 ‘애초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북의 반응으로 인해 의도가 가미된 제재’ 또는 ‘애초부터 계산된 제재’라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미국은 법집행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융통성이 없는 나라다”며 “핵문제 해결을 위한 카드로 쓰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노골적으로 9.19공동성명 타결 직전에 위폐문제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미국이 처음부터 북핵과 관련한 의도를 갖고 위폐 및 금융제재 카드를 꺼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북한이 타격을 받는 것을 보고 북핵 문제 해결에 좋은 카드가 되겠다 싶어서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서재진 선임 연구원은 “금융제재는 경수로를 먼저 지어달라는 북한의 주장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카드라고 본다”며 “미국은 결국 경수로와 관련해 북한이 고집을 부리지 않겠다는 양보를 바랄 것”이라며 미국의 계산이 있었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북한이 거래중인 여러 외국 은행 중 BDA에 미국의 철퇴가 내려지기까지는 미 당국의 특별한 고려가 있었지 않나 하는 궁금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불법활동에 이용한 은행이 중국 본토에도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미국이 BDA에 대해 조치한 것은 미중관계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고 본다”며 “중국 영토지만 자치구인 마카오의 은행에 대해 조치를 취하면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9.11 이후 진행되어온 미 당국의 불법자금 추적 과정에서 BDA 관련 증거가 타 은행에 비해 특별히 많이 수집됐을 개연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BDA 해법 통해 6자회담 재개 실마리 풀릴까 = 지난해 9월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 은행에 대한 제재검토를 선언한 미국이 5개월 이상 본격 제재를 하지 않고 있어 BDA에 대한 미 당국의 최종판단이 초미의 관심사다.

국제 금융계가 북한을 기피대상으로 삼게 될 만큼 파장이 커진 마당에 BDA에 대해 미국이 최종판단을 어떻게 내리느냐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만약 미국이 BDA에 대해 ‘돈세탁 우려대상’ 지정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이 숨통을 틈과 동시에 회담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결국 관심은 3월 7일 북미 뉴욕회동에서 양측이 ‘BDA 해법’과 관련해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느냐에 집중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위폐 및 금융제재는 정치적으로 풀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북미가 뉴욕회동을 통해 위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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