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뉴욕접촉…후속액션 주목

북미가 7일(현지시간) 뉴욕 접촉을 통해 위폐 문제에 관한 서로의 ‘진의’를 파악함에 따라 후속 액션이 주목된다.

그러나 회동후 북한측이 논의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향후 위폐 문제에 대한 접점 찾기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맨해튼의 주유엔 미 대표부에서 미국과 회동을 가진 뒤 북한의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서로의 관심과 우려에 대해 충분한 의견교환과 입장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압박이 지속되는 속에서 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은 일관되다”고 말했다.

북한은 리 국장이 귀국하면 접촉 내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거쳐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국장은 9일 뉴욕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귀국한다.

◇ 어떤 대화 오갔나 = 뉴욕 접촉 전에 미측이 밝힌 대로 7일 북미회동은 말 그대로 기술적인 브리핑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 미측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참석은 했지만,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사건의 현지조사를 맡았던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자금지원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브리핑을 포함한 논의를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동후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애국법에 따라 BDA에 조치를 취했으며 이는 자국의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6자회담과는 무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미측은 회동에서 북측에게 크게 BDA와 위폐를 분리, 설명하고 그로 인해 자국의 경제와 안보가 어떤 위협을 받는 지를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DA 사건은 불순한 자금이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차원에서 제정된 애국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돈세탁’ 사건이라면, 위폐는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것이며 북한 당국까지 개입된 조직적인 범죄라는 게 미 행정부의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회동에서 BDA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그동안 미측이 조사. 축적해온 위폐의 유통과 제조와 관련해 북한의 개입 증거를 제시하면서 북측의 고해성사와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북측이 이를 얼마 만큼 인정했는 지에 모아진다.

사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위폐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던 북한이 지난 달 9일 “국제사회의 반자금 세척활동에 적극 합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 8일에는 위폐 유통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태도 변화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에서 북한의 전향적인 선택이 기대돼 왔다.

그러나 회동후 리 근 국장의 부정적인 코멘트로 볼 때 이와 관련해 만족스런 결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이 역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공했다면 미 국무부가 연례적인 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서 거론할 정도로 확신하던 북한 화물선 봉수호 사건과 관련, 지난 5일 호주 빅토리아주 최고법원이 북한 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는 판결이 소재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 북미 추가접촉 없나 = 9일로 예정된 리 국장의 귀국 일정을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 접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특히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관계자가 회동 종료 직후 “오늘 회담은 끝났다”고 말한 대목은 추가적인 접촉을 희망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북핵에 이어 위폐도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연계가 불가피하고, 따라서 미측의 요구대로 위폐 브리핑을 들었으니 이제는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는 게 북한측의 논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따로 더 만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위폐문제와는 별도로 북핵문제와 관련해 미측이 장외접촉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일단 미측은 ‘할 말은 다했다’는 분위기로, “공이 북측으로 넘어간 만큼 답을 기다리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리 국장 귀국후 회동 결과에 대한 심사숙고를 거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북한의 리 근 국장과 우리측에서 위성락 주미 공사가 참석했던 6일 뉴욕에서의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의 세미나에도 미측은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선임보좌관 이외에 현직관리들을 보내지 않았다.

◇ 북핵 6자회담 전망 = 뉴욕 접촉을 통해 위폐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6자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회담 재개는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위폐와 북핵문제의 연계 입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의 위폐 공세가 사법당국 차원의 과거 단죄와 그와 관련된 검증 가능한 조치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경우 국가 신인도의 추락은 물론 해외 자금줄에 대한 봉쇄로 이어져 국가의 위기로 몰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

일단 몇 개월간의 대치를 거쳐 미측과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진의를 확인한 만큼 북한이 미 행정부의 의도를 분석하고 그와 관련된 입장을 내놓아야 회담 재개 여부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향후 북한의 대응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우선 위폐와 관련된 부시 미 행정부의 초강수를 수용하고 위폐 트랙에 참여하는 게 그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트랙인 6자회담은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수 있으나 북한이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극단적으로 북한이 부시 행정부와는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른 바 ‘옥쇄 전략’으로 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한다면 경수로 제공 논의 문구까지 명시된 ‘9.19 공동성명’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위험과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위폐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늦추면서 ‘시간끌기’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구체적인 입장을 나오려면 수 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이와 관련해 ‘장고’(長考)에 들어가게 되면 3월말 또는 4월초에 6자회담을 개최했으면 하는 우리 정부의 희망은 물 건너 가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사실 위폐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는 수준에서 북핵 6자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진전 도출이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는 가능하면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뉴욕 북미접촉 종료를 계기로 6자회담 참가국간 논의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측은 가능한 조기에 미측으로부터, 마찬가지로 중국측도 북측으로부터 회동 결과를 통보받아 본격적인 북미간 이견 좁히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