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냉기류…6자회담에 서리 내리나

북핵 6자회담이 지난 5차회담에서 의제별 실무그룹 구성 문제를 깊이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후, 추가 진전 양상을 보이기보다 냉기류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특히 내년 1월 예상되는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그 풍향계로 주목받던 북미간 위폐 접촉이 일단 무산됨으로써, 북한의 위조 달러지폐 문제가 6자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돌발변수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6자회담 전체회의는 내년 1월로 넘어가더라도, 회담의 동력 유지 차원에서 수석대표 회의를 12월중 제주도에서 여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으나 현 분위기로는 이의 성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힐의 침묵 =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이례적인 장기 침묵이 6자회담에 흐르는 냉기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제4차 북핵 6자회담 후만 해도 의회 청문회 출석, 공개강연, 언론회견 등으로 다변가의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5차회담 후엔 이례적으로 침묵하는 인상이다.

힐 차관보에겐 여전히 세계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4차회담에서 공동성명에 합의한 후 북한을 방문, 5차회담 정지작업을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체니 부통령측이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을 받아와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바람에 방북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힐 차관보 특유의 자신감 넘치고 유연한 언급들이 뜸해졌다.

◇강경파 재대두설 = 이에 따라 유연한 협상 태도를 통해 3차회담 이후 1년여 교착상태이던 6자회담의 돌파구를 연 것으로 평가받은 힐 차관보의 행보가 이제 체니 부통령 중심의 강경파로부터 본격 견제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던 북미간 위폐 접촉이 성사됐더라면 북미관계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러나 6자회담의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5차회담 폐회 후 이 접촉을 미국의 “금융제재 해결을 위한 양자 접촉”이라고 규정하면서 미 정부 일각에서 북미관계가 정상화 쪽으로 지나치게 많이 나아간 인상을 준다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핵비확산 차관보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부시 행정부 내에선 대북 협상 반대론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6자회담이 진전을 이루면 반대론이 표면에 부상, 경수로 논란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현 미국의 대북 협상의 딜레마”라고 진단했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28일자 유에스에이투데이지와 회견에서 북한 외교관의 뉴욕 초청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달러 위조를 중단하면 되는데 “다른 나라 돈 위조 중단 방법을 알기 위해 양자회담을 가질 필요가 있느냐”고 일축한 것에 대해서도 미 행정부의 대북 기류가 강경으로 선회하는 징후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는 당초 미국이 북한측에 ’브리핑’ 해주겠다고 했을 뿐이며, 이 문제는 ’양자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협상은 북핵 6자회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외곽 조이기 = 미국은 북한의 위폐, 마약, 가짜담배 등에 대한 금융.사법조치가 이들 불법 행위 자체를 근절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경화 수입을 막음으로써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확산 자금 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등의 반대 때문에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가 어렵다면, “뜻을 같이 하는” 나라들끼리, 혹은 미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른 사법조치를 통해 막는 길도 있다고 라이스 장관 등 미 고위관계자들은 시사해왔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게 확산방지구상(PSI)이라면, 최근 북한의 확산 관련 기업들과 거래관계가 있는 미 국내외 기업들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나, 북한과 금융거래를 해온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는 “국가의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정권 차원의 위조지폐 유통행위는 “나치 정권 이래 처음인 타국에 대한 경제전쟁행위”(데이비드 애셔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선임자문관)라는 명분도 있다.

매코맥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그런 위폐 행위가 있다면 자국 돈을 보호하기 위해 방지 행동을 취하지 않을 나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리즘.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최근 공개 강연에서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가 제5차 6자회담을 앞두고 취해진 것과 관련, “왜 그 시점을 택했는지에 대해선 어떤 시사나 확언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국가안보 문제의 경우 외교로 풀 일과 군사행동을 취할 일 사이의 갭을 메우는 데 재무부 수단을 사용토록 요청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