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금융제재 갈등…`해법’은 없나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5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미가 갈등을 빚고 있는 대북 금융제재 문제와 관련 “사실과 국제법적 규범에 의거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 양측간 갈등을 풀어낼 ‘해법’을 마련해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북미, 서로 해명하고 증거 제시해야 = 금융제재와 6자회담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금융제재 문제가 6자회담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시각이 그런 발언의 저변에 깔려 있다.

따라서 송 차관보가 ‘사실’과 ‘국제법적 규범’에 따른 해결을 거론한 것은 북미간 금융문제가 6자회담 재개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담 주요 당사국인 한국 입장에서 일종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송 차관보의 발언은 문제가 된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한 북한의 돈세탁 등 의혹의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북미 양측이 건설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소모적인 공방만 계속될 게 뻔한 만큼 의혹을 제기한 미국으로서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한국외대 법학과 이장희 교수는 5일 “미국이 사실 소명을 조속히 해야 한다. 무조건 북이 규범을 위반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 북한도 미국의 설명으로 소명이 되면 그런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송 차관보가 ‘국제법적 규범’을 거론한 것은 북한이 실제로 BDA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면 돈세탁 등 범죄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규범의 영역에서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이번 사태가 미국 재무 당국의 조치에서 비롯됐지만 돈세탁이 국경을 초월한 범죄인 만큼 북한이 실제로 돈세탁을 했다면 편향성 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미 국내 기준을 넘어서 국제적인 기준으로 평가받게 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돈세탁 범죄와 관련한 국제협약은 유엔마약협약, 테러자금조달억제협약, 반부패협약 등이 있지만 북한은 이들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협약의 구속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BDA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면 돈세탁을 국제범죄로 규정한 국제협약의 정신을 존중해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태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이러한 해법을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BDA 계좌동결 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본 북한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미국측은 자국의 재무 당국이 자국 은행에 대해 내린 조치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국 은행에 대한 조치가 발단이 돼 결과적으로 북한의 BDA계좌가 동결됐지만 계좌를 동결시킨 것은 BDA의 도산을 우려한 마카오 당국의 결정임을 감안할 때 미국의 입장은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하자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해법’이 통하려면 북미 양측이 어떤 형태로든 금융제재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을 갖고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韓中, 양자.다자 무대로 북미 끌고 가야 = 북미간 금융제재 갈등을 해결하기위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여타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한중 양국은 이 문제가 6자회담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6자회담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두 강구한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방안이 가능할 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중국은 자국 영토인 마카오 소재 은행에 대해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은행 계좌 전체가 동결된 상황에서 북한 관련 계좌만 풀어준다는 것은 타당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다만 중국 정부 차원에서 행정.사법적 영향력이 닿는 BDA를 상대로 실제로 북한의 돈세탁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 지 등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근거로 북미 양측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역할은 의장국인 중국과 함께 북미 양측을 설득, 양자간 대화를 유도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로 정리된다.

송 차관보는 북미 양측이 금융제재 관련 협의의 형식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것과 관련,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미국은 ‘브리핑’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브리핑을 하다보면 서로 입장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양측이 만나서 출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우리측이 6자회담 수석대표간 제주도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북미를 하루빨리 대화의 무대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송 차관보는 6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우리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는 것을 계기로 중국, 일본의 6자회담 관계자들과 만나 제주회동의 가능성 등을 타진할 계획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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