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군사회담 실현 가능성 있나

북한이 정전협정 54주년(7.27)을 앞두고 북.미 군사회담을 제의해 그 성사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리찬복 상장)는 13일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 17항의 요구에 따라 협정 60항을 포함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유엔대표도 참가하는 조(북).미 군부(군사) 사이의 회담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북한과 미국의 군사당국자들이 직접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북측의 이런 제의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예정된 수순’으로 분석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는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북한의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6.25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부각되는 시점에서 나온 북측의 교묘한 ‘몸값 올리기 작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북측은 담화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빌미로 한 대북 압력과 한.미 군사훈련, 그리고 무력 증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응당한 수준의 대응타격 수단”을 갖춰나갈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2.13합의 이행이나 6자회담이 하늘로 날아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1996년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할 북.미 군사 공동기구 설치를 위한 북.미간 양자협의를, 1998년에는 남북한-미국이 참가하는 군사안전보장위원회 설치를 각각 제안한 사례를 감안하면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측의 제안이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북측 주장대로 한반도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를 얘기하려면 남북한 당사자끼리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남북 불가침 부속합의서 제7조와 남북 국방장관회담 공동보도문 2항에도 당사자끼리 군사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부속합의서 7조는 ‘남과 북은 군사분야의 의견대립과 분쟁 문제들을 쌍방 군사당국자가 합의하는 기구를 통해 협의 해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쌍방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이룩하여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긴요한 문제라는데 이해를 같이하고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한 제1차 국방장관회담의 공동보도문 2항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백승주 박사는 “미국은 북측 제의에 대해 일단 한국정부와 상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미측은 북한의 제의를 수용할 경우 한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할 것으로 보여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북핵 해결의 진전 가능성에 따라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한 상황에서 이 같은 담화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정부 출연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의 대미 군사회담 제안은 그들이 오랫동안 노려온 군사부문에서의 미국과 직접 접촉을 의미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사전 조율하고 있는지 여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군사회담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회담이 열린다면 6.25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판문점대표부가 군사회담 논거로 내세운 정전협정 60조에는 “쌍방이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KIDA의 다른 전문가는 “이번 담화는 북한과 미국이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양국이 새로운 종전선언의 주체라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미군 철수 문제를 논의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전협정 60조에 명시된 ‘정치회의’ 개념은 포괄적으로 과거 진행된 4자회담과 앞으로 구성될 한반도 평화포럼에 가깝지만 군사당국자 간의 회담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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