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검증’ 기싸움..절충 가능성 주목

“특유의 살라미 전술로 시간 끌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연기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미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9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테러지원국 해제 1차 시점인 8월 11일 이후 최근 1주일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북한이 뉴욕채널을 통해 진행돼온 북.미간 협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입장을 밝힌 점이나 외무성 대변인이 아닌 언론매체를 통해 불만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11일 이후 현재까지 테러지원국 해제가 미뤄지고 있는데 대해 미국 당국자들과의 협의과정에서 ‘강력한 항의’를 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금융기구에 가입할 경우 미국의 지원을 요구하는 등 검증체계 구축의 대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북한은 현재 신고와 검증을 철저히 분리해 대응하고 있으며 특히 비핵화 2단계 조치를 규정한 10.3합의를 원론적으로 적용하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3합의에는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조치로 불능화와 함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검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따라서 북한은 핵신고서에 담은 내용을 검증하는데 반대하지는 않지만 불능화와 신고를 한 만큼 당연히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야 하며, 검증 체계를 마련하려면 ‘또 다른 보상’을 해야 한다는 속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이 “우리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한 공약을 이행기일이 지난 오늘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비핵화 실현에서 기본인 ‘행동 대 행동’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테러지원국 해제 쪽으로 향하면서도 추가 요구조건을 제기하며 몸값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요구가 국제기구 가입에 대한 미국의 협조가 됐든 아니면 추가적인 경제지원이 됐든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협상구도를 깨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협의를 통해 검증과 관련된 구체적인 협의에 주력, 조만간 모종의 결론을 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신고-검증을 분리하는 전술을 고수할 경우 미국도 플루토늄과 우라늄농축 및 핵확산 부분에 대한 검증을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대선정국으로의 전환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이달 안에는 북한과의 검증협의를 마무리하고 6자회담 차원의 협상을 재개하자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과 중국 등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은 최근 잇따라 양자협의를 갖고 북.미 간 검증협의 타결 이후의 시간계획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는 이달 말께 중국에서 비핵화실무그룹회의에 이어 6자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 뒤 공식 6자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3단계 핵포기 협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상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이달 말까지의 시간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북.미간 협의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경우 검증 이행계획서 마련을 위한 6자회담의 동력이 회복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 대선정국 등을 감안할 때 협상 동력은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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