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검증협의 핵은 ‘폐기물저장소’

“과거 핵 활동을 규명하자면 반드시 정밀 조사해야 하는 곳이다.”

북한과 미국간 핵 검증협의에서 미국측이 ’폐기물 저장소를 포함한 영변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시료채취’를 조건으로 영변과 영변 이외 지역을 구분하는 검증방안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외교소식통은 5일 ’폐기물 저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4일 외교 전문가의 말을 인용, “현재 미.북 검증 협상의 핵심은 북한이 영변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시료 채취(sampling)를 허용할 수 있을지 여부”라며 “북한이 이에 동의한다면 부시 행정부도 영변에 국한한 검증안의 수용을 적극 고려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폐기물 저장소는 북한이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을 때 공개를 거부해 1차 핵위기 발발의 주 요인이 된 시설이다.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액체폐기물이란 재처리 시설에서 화학적 방식으로 플루토늄을 농축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화학폐기물이다. 그 자체가 핵재처리의 증거일 뿐 아니라 재처리의 시기나 용량 등을 계측할 수 있는 방사능 데이터까지 포함하고 있다.

결국 폐기물 저장소에 접근해 샘플을 채취한 뒤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자연스럽게 얼마만큼의 핵활동이 과거에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재처리가 이뤄졌는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원자력 기술의 발전으로 첨단 계측장비를 동원하면 샘플분석을 통해 나노 단위의 핵물질까지도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이 시설을 사찰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끝까지 고집을 꺽지 않았다. 군사시설이라는 명분을 동원했다.

당시 두 개였던 액체폐기물 저장소 중 하나는 저장소 전체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많은 나무를 심어서 위장했고 다른 하나는 흙으로 덮은 후 그 위에 다른 건물을 지어 은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모든 은폐과정을 미국이 첩보위성을 통해 낱낱이 감시하고 있었다는 점이고 북한은 이 과정에서 미국의 감시능력을 뼛속 깊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미국측이 지속적으로 폐기물저장소에 대한 접근과 시료채취를 고집하자 한때 저준위 폐기물 저장소와 고준위 폐기물 저장소를 구분, 저준위 폐기물 저장소를 검증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액체 폐기물저장소는 고준위 폐기물저장소에 속하기 때문에 미국측이 북한측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