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위조화폐’ 돌파구 찾을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북한의 위조화폐 문제에 대해 개별기업에 의해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그는 12일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북한의 위폐문제에 대해 “북한의 불법활동은 개별기업 또는 북한당국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그동안 위조지폐가 북한 당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북한정권을 범죄정권으로 규정해온 그간의 미국의 입장에 비해 다소 유연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미국이 북한의 위조화폐 제조가 개별기업 차원에서 이뤄진 행위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 문제의 해법이 쉽게 찾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선양(瀋陽)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불법적인 금융활동이 확인되면 관계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중국측에 전달했다는 점에서 북한 특유의 고백외교가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해 “핏줄을 막아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도말살 행위”라며 절박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북한이 무슨 수를 써서든 이 문제를 풀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북일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시인하고 “참으로 불행한 일로서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며 “관계자들은 처벌했고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함으로써 납치문제 해결의 물꼬를 텄다.

또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와 만나서는 1.21 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지른 것으로 미안한 마음”이라며 “그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응분의 벌을 받았다”고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다 1999년과 2002년에 발생한 서해교전에 대해서도 남측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관련자 문책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과거 행태로 미뤄 미국이 위조화폐 제작을 개별기업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정하기만 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위조지폐 제작을 인정하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통해 미국과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버시바우 대사의 언급에도 미국이 위조화폐 제작을 단순히 개별기업의 행위로만 인정할 것이냐는 대목이다.

또 개별기업의 불법행위라고 하더라고 관련자 처벌 뿐 아니라 인쇄종판의 압수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의 기준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 것인지도 미지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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