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금융제재 실무협의’ 어떻게 되나

북한과 미국, 중국이 베이징에서 비공식 회담을 열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회담 재개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대북 금융제재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풀려나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0월31일 오후 베이징 회동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이 반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금융제재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실무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열릴) 회담에서는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다루게 되겠지만 아마도 실무그룹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북한이 일단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양보’를 한 만큼 미국도 지금까지 약속한 대로 6자회담의 틀내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의 의도는 ‘금융제재를 논의하는’ 수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일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6자회담 복귀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문답을 통해 “우리는 6자회담 틀 안에서 조(북).미 사이에 금융제재 해제문제를 논의.해결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당국자는 1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 가운데 금융제재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베이징 회담의 성과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일단 북미간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이 우선적으로 열릴 것”이라며 “하지만 베이징 회동에서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약속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제재 실무협의는 그동안 북한이 꾸준히 요구해온 구체적인 사안들을 논의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외교라인 뿐 아니라 금융 담당자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 실무협의에서는 우선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해제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재무부가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지 1년이 넘도록 계속해온 BDA 관련 조사를 조만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BDA 조사결과가 나오면 북한이 회담 복귀의 전제로 제시해온 BDA 계좌동결 해제 건에 대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기대다.

이에 대해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은 1일 열린 국회 통외통위의 외교부 국감에서 “BDA에 대한 조사가 1년간 진행됐고 미 재무부도 중간조사는 한 상태다”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DA의 돈세탁에 대한 판단 문제와 그 정보로 수사를 계속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는데, 미측이 두 문제를 분리해서 처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유 차관의 언급은 결국 BDA 조사결과에 따라 BDA의 돈세탁 혐의에 대한 미 당국의 판단이 마카오 당국에 통보되면 중국은 그 판단을 근거로 현재 동결한 BDA내 북한 자금 2천400만달러 중 적어도 문제없는 것은 북측에 돌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BDA문제가 그런 식으로 해결되면 BDA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북한의 위폐제조 등 불법행위 의혹은 그것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북미간 6자회담 틀안에서 진행할 양자 협의를 통해 조치를 강구해 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조치는 결국 돈세탁, 위폐제조 등 북한이 의혹을 받고 있는 불법행위의 재발을 막는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나리오 대로라면 `금융제재 모자를 쓰고는 회담에 돌아갈 수 없다’고 버텨온 북한 입장에서도 회담복귀의 명분을 살리게 되고 미국도 불법행위 단죄라는 원칙에 상처를 입지 않은 채 북한과 대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게 관련국들의 기대다.

이 시나리오는 우리 정부가 9월14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추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북미간 막후 협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북미가 10월31일 3자회동에서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를 암묵적으로 추인했을 개연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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