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동 ‘잠정합의’ 어떤 내용일까

북한과 미국이 8일 싱가포르 회동에서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쟁점 사항에서 이견을 대부분 절충, ’잠정합의’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동을 마친 뒤 가진 회견에서 “제네바 회동(3.13) 때보다 더 진전이 있었다”면서 “북측과 좋은 협의를 했으며 얼마나 좋은 협의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계관 부상도 “의견이 상이한 부분을 많이 좁혔다”면서 “회담이 잘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제네바 합의에서 양측이 공식 신고서와 비공개 양해각서로 신고 절차를 구분하되 그 내용을 놓고 개략적인 합의를 한 데서 더 나아가 비공개 양해각서의 내용에서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의견접근을 이룬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우라늄농축 및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과 관련, 북측이 그동안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을 꺼려온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증거’와 ’시리아를 명시하면서 특정 시설을 설명하는’ 대목에 대해 간접시인하는 ‘문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의 신고는 ▲플루토늄과 그동안 공개된 핵시설과 그 관련 프로그램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 3가지 항목으로 나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북한이 그동안 미묘하게 생각한 ‘핵 과거사’ 부분과 관련,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핵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북.미 양국(특히 북한측) 수뇌부의 재가가 이뤄지면 핵신고 합의가 최종적으로 도출되고 이런 내용이 큰 틀에서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북.미는 플루토늄은 북한이 신고서에 담아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지만 양측 의견이 첨예하게 맞선 UEP와 핵협력 의혹은 북한과 미국만 공유하는 ‘비공개 양해각서’에 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은 조만간 플루토늄 신고서를 정식으로 중국에 제출하고 ‘비공개 양해각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적절한 방식으로 6자회담 참가국과 공유할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에 내는 신고서와 북.미가 공유하는 비공개 양해각서는 누가 신고를 받느냐는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에는 극히 제한적인 내용만 알려지고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서는 모두 공개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정식 신고서에 담길 플루토늄과 북.미 간의 비밀문서에 담길 UEP 및 핵협력 의혹 등이 모두 검증 대상”이라며 “검증이 완료돼야 진정한 의미에서 신고가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고서에 담겨 중국에 제출될 플루토늄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이미 작년 12월 평양을 방문한 힐 차관보에게 현재까지 생산한 플루토늄이 30㎏ 정도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신고서에도 이 정도 양이 적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과 미국 등이 그동안 추정해 온 플루토늄 생산량인 40∼50kg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데, 전문가들은 1994년 당시 플루토늄 생산량을 놓고 북측과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이에 있었던 8㎏ 안팎의 차이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플루토늄 생산량은 원자로의 운전기록을 분석하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면서 “북측 신고의 진실성 여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아울러 연도별 플루토늄 생산량과 2006년 10월 핵실험 당시 사용한 플루토늄 양,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플루토늄 양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핵무기는 이번 신고의 대상이 아니지만 1기의 핵무기를 제조하는데 6∼8㎏의 플루토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만큼 플루토늄 양만 정확하게 신고를 받으면 핵무기 개수를 추산할 수 있다.

UEP 및 핵협력 의혹은 비공개 양해각서에 ‘간접시인’ 방식으로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북한이 UEP를 추진해 왔고 시리아와의 핵협력도 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자 도출해 낸 고육책이 ‘간접시인’으로, 미국이 자신의 이해사항을 기술한 뒤 북한이 이를 적절한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북한의 수용을 의미하는 표현에 대해, 미국은 표현수위가 높은 ‘인정했다(admit)’ 등을, 북한은 ‘인식하고 있다
(acknowledge)’거나 ‘이해한다(understand)’ 등의 표현을 주장하며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 의회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반대하지 않으려면 표현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으며 이 같은 방향으로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UEP와 관련, 비공개 양해각서에는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수입한 원심분리기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심분리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알루미늄관 140t ▲원심분리기 제조를 위한 각종 부품의 수입 사례 등이 북측이 UEP를 추진했음을 시사하는 미국측 증거로 적시돼 추후 검증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해서는 북측 핵기술자의 시리아 파견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UEP는 실체가 있어 검증이 비교적 수월할 수 있지만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은 이미 원자로로 의심되는 시설이 폭격으로 부서진데다 시리아에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강요할 수도 없어 검증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 양해각서에는 미국이 북한의 신고서 제출 직후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국교역법 명단 삭제 등의 조치에 착수한다는 내용도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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