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동 美 신고난제 타결 기대속 신중 반응

미국 정부는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회동에서 북핵 신고 난제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핵신고 문제에 대한 잠정합의가 이뤄졌는지 묻는 질문에 양측이 “본국 정부와 모종의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며칠 간 북한측이 6자회담 다른 당사국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밝힌 대로 싱가포르에서 제네바회담 이상의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앞으로 며칠 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싱가포르 북미회담과 관련, “진전이 있었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으나 더 이상의 반응은 유보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캐나다-멕시코 외무장관들과의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힐 차관보로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계관 부상과의 회담 결과에 대한 잠정 보고를 받았으나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며 “만일 좀 진전이 있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답변했다.

라이스는 그러나 “북한과 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떻고 , 남아있는 일이 무엇인지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미 양측이 북핵 2단계 합의상의 의무를 완수해 한반도 비핵화를 다루는 6자회담 일정으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조지 부시 행정부는 재임 중 가장 확실한 외교업적 중 하나로 북핵문제의 해결을 추진해왔고, 2단계 합의 이행을 가로막았던 북핵신고의 타결을 학수고대해왔다.

북핵신고만 해결된다면 북핵협상은 3단계인 북핵 폐기단계로 들어서 북핵문제에 있어서 이전 정부에서는 이룩하지 못한 확실한 업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통을 거듭해온 북핵신고의 해법에 대해서도 힐 차관보는 이미 김계관 부상과의 제네바회담 결과를 토대로 라이스 장관과 긴밀한 협의를 마쳤으며, 북한측의 답변만을 기다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가 싱가포르에서 “본국의 재가”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힐과 라이스, 나아가 부시 대통령 간에는 이미 북핵신고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싱가포르 북미회담에 결과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기대치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최종 신고가 이뤄질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측면도 있지만, 핵신고 타결 이후의 행보를 의식한 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신고의 핵심 내용으로 꼽히는 우라늄농축(UEP) 핵프로그램과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한 공개적이고 명쾌한 신고와 해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의회로부터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는 힐 차관보가 들고올 핵신고 타결안을 거부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UEP와 북-시리아 핵협력 의혹을 강력히 제기해온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해선 안된다고 주장해온 일본의 반발 역시 미국으로선 고민 거리다.

북핵 신고의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측이 북한과 시리아간 핵협력 의혹을 공표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북핵신고 합의 이후 미국 정부가 뜻밖의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상황이 쉽지 않지만 북미간 북핵신고 잠정합의가 베이징에서의 추가 협의를 통해 최종 발표될 경우 부시 행정부는 북핵 2단계 합의이행을 마치고 3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 빠른 조치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2단계 합의의 미국측 의무사항인 대북 테러지원국 리스트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를 위한 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북한이 핵신고 의무를 마친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이 같은 미국측 의무 이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북미간에 상당 기간 논의돼온 50만t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도 빠른 시간 내에 이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한국 대신 미국을 식량공급원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도 적시 공급을 통해 북한측에 성의를 보이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북핵 2단계 이행이 완료되면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를 핵심으로 한 북핵 3단계 협상이 본격화되는 것과 함께 뉴욕필 하모닉의 평양공연 같은 북미간 문화교류도 한층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도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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