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동…北이행조치-상응조치 조합 가능할까

`이제 미국은 북한의 핵 동결에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28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의 관전 포인트를 한 외교 전문가는 이 말 한마디로 요약했다.

결국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 이날 협의는 북이 차기 회담에서 합의할 핵폐기와 관련한 초기 이행조치의 내용과 그에 상응하는 관련국들의 상응조치 사이에 접점을 찾는 데 집중될 것이란 얘기다.

북한이 차기 6자 회담에서 `동결-신고-검증-폐기’로 구성된 통상의 핵폐기 절차 중 어느 단계까지 이행하기로 약속하느냐에 따라 관련국들이 줄 수 있는 인센티브도 달라질 상황이다.

이와 관련, 북미가 2차 북핵위기의 출발점인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인정’ 파문 이전으로 돌아가 핵을 동결하고 그 대가로 중유를 공급하는 정도의 물밑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외교 당국자들은 4년 전과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한 지금의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 의지에 따라 인센티브 달라질 것”=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27일 한중 수석대표 협의차 베이징에 도착,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에 무엇을 요구하느냐가 아니라 핵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정치적 의지”라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시 북한에 제시할 이행조치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수용 ▲핵실험장 폐쇄 ▲모든 핵관련 시설 신고 ▲영변 핵관련 시설 가동중단 ▲일정기간 내 9.19 공동성명 이행 등에 한미일 3국이 합의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천 본부장의 말을 곱씹어 보면 이 같은 요구사항은 그야말로 관련국들의 희망사항일 뿐, 결국 북한이 1단계에 얼마나 이행하려 할 것인지가 1차적인 관심사며 북한의 이행 의지에 따라 관련국들이 제공할 인센티브가 달라질 것이란 얘기로도 읽힌다.

다시 말해 곧 재개될 회담의 결과는 합의냐 결렬이냐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제시할 이행 의지 및 그에 따른 요구 수준과 관련국들이 제공할 상응조치를 어느 수준에서 조합하느냐로 정리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이날 열릴 북미 회동과 차기 6자회담에서 관심은 관련국들이 제공할 인센티브가 실질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제공될 것이냐에 모아질 전망이다.

북한이 미측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방코 델타 아시아(BDA)내 동결계좌 해제 문제 역시 북한의 핵폐기 의지 수준에 따라 해결의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합의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정부는 관련국들, 그 중에서도 미국의 요구 수준이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 등 몇개의 핵시설을 동결하고 동결 여부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시 북미간 합의 중 초기 조치에 해당한 것이었고 그에 대한 미국의 `보상’은 연간 50만t의 중유제공이었다.

그러나 지난 달 15일 한.미.일 3자 회동 등을 계기로 북한에 제공할 상응조치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측은 중유제공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이 클린턴 행정부의 유산인 제네바합의에 대해 갖고 있는 원천적인 불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결과 동결 감시 수준에서는 물질적 지원을 할 수 없다는게 현재 미국의 기본 입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한 두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 8~10kg 만 보유한 상태에서 핵동결하는 것과 이미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 사실을 증명한 것은 물론 6~7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30~40Kg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의 핵동결이 갖는 의미는 천양지차란 인식이 깔려 있다.

즉 1994년 당시의 북핵동결은 그 자체로 성과일 수 있지만 더 이상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이미 40kg를 확보한 상태를 유지하는 2006년의 핵동결은 등가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중유 공급 문제로 연결하면 미국은 북한이 1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동결 정도의 조치만으로는 중유 등 에너지를 공급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인센티브는 2002년 HEU 문제가 불거졌을때 미국이 공급을 중단한 중유를 다시 제공받는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고 보면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차기 6자회담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이 핵동결은 물론 보유한 핵시설, 핵무기 및 핵물질 보유현황 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신고, 즉 2단계 조치까지 이행해야 중유공급 등 물질적 인센티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이 초기 이행조치로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북미가 결국 제네바 합의의 내용인 `동결-중유제공’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고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동결 만으로는 중유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인 미국과 최소한의 성의표시 만으로 중유 공급 복원을 희망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간에 치열한 수싸움이 베이징에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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