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결렬 소식 빠르게 확산… “본전도 못 건지고 돌아왔다”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환담과 만찬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 8일 매체를 통해 북미회담 합의문 채택 불발을 공식화하기 전, 이미 내부에서는 회담 결렬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돌았으며, 지금도 이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최근 주민들 속에서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원수님(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를 만나 본전도 못 건지고 돌아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심지어는 ‘똑똑지 못하게 처신해 받을 수 있는 것도 못 받아 왔고, 그 결과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소식통은 시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평안남도 도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 평성시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이 도 보안국장과 시 보안소장 등과 무리 지어 평성시 옥전시장 등을 시찰했는데, 이들이 돌아가자마자 바로 노동자규찰대의 인원이 보강되고, 시장관리소 관리원들의 상인 통제가 심화됐다.

아울러 질서유지대는 종합시장 주변 질서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메뚜기 장사꾼들을 쫓아내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이후에는 시장 내 상인들이나 주민들이 모여서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 사이의 입소문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통제가 심해지면서 상인들은 ‘어디 가서 뺨 맞고 와서 골목에서 주먹질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현재 평성시 내 시장에서는 물품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물건을 몽땅 회수당하고 땅을 치며 울거나 소리를 지르며 질서유지대와 싸우는 모습이 지속해서 나타나는 등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사활동을 하고 있다(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한편, 소식통은 “최근 시장에서 공업품과 전기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상인들은 본전이라도 찾으려고 구매했을 때의 가격으로 낮추고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이면 농민들이 곡물을 팔아 가전제품을 구매하곤 하는데, 지난해 작황이 부진한 영향으로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형편이 어려워 시장을 거의 찾지 않고 있어, 상인들이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소식통은 “그나마 사람이 찾아오는 시장 매대는 곡물 매대”라면서 “종일 장사하고 저녁이면 가족을 위해 먹거리 1~2kg을 사려는 상인들로 북적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