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교착 속 대남비난 수위 높이는 北…노림수는?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북한이 연일 한국 정부를 향해 판문점 선언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며 대남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그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종전선언 문제,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종전선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판문점 선언의 조항들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남조선(한국)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중요한 합의사항의 하나”라며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 역시 이날 ‘남조선 당국은 종전선언 채택을 위해 할 바를 다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배치되게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오며 종전선언 채택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남조선 당국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또 “미국이 종전선언을 거부한다고 하여 남조선 당국이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든가, 노력하는듯한 생색이나 낸다면 조선반도의 평화는 언제 가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역사적인 판문점 수뇌 상봉의 의의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정전협정 65주년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추진하고자 하는 북한은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현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맞물려 있는 문제로, 현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후속조치가 이뤄지기까지 종전선언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간 협상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종전선언 문제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실제 북한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을 트집잡아 비난하는가 하면, 집단탈북 여종업원 문제를 다시금 꺼내들어 연이어 대남 압박에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감출 수 없는 강제유인 납치 범죄의 진상’이라는 개인 명의 논평에서 중국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문제를 한국 정부가 저지른 범죄 행위로 규정하면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문은 “우리 여성 공민들의 송환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남북)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물론 북남관계의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며 해당 사안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계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신문은 앞서 20일 논평에서도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연설 발언을 거론해 “무례무도한 궤설” “쓸데 없는 훈시질”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신문은 비록 문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발언을 그대로 다뤄 비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북한의 대남압박은 한미 간의 흔들림 없는 대북제재 기조에 대한 불만으로도 해석된다.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재 한미는 북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신문은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가능한 북한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고 한사코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대남비난 공세에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 님북은 상호 신뢰 구축의 정신 하에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당국 간 대화 국면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북한과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