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 ‘BDA 해법찾기’ 긴박했던 순간들

“한편의 드라마였다. 북한과 미국, 중국의 명분과 실리가 교묘하게 결합된 결과다.”

북핵 6자회담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19일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해법 발표 직후 그동안 막후에서 전개된 협상과정을 실감나게 전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6자회담의 진전을 가로막아온 BDA 암초가 한순간에, 그것도 너무나 극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애당초 ’법적 집행 문제’라며 6자회담과의 연관성마저 부인했던 미국이 극적으로 입장을 전환시킨 대목이나 미 재무부의 발표가 자국의 금융질서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던 중국이 ’중간지대’를 제공하는 모습, 그리고 ’불법행위는 없다’며 버티던 북한이 2천500만달러 전액해제라는 실익 앞에 슬그머니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장면 등은 한편의 드라마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이번 해법의 출발점은 미국이었다. 18개월에 걸친 방대한 BDA 조사결과를 지난 14일 밝힌 미국측은 50개 계좌의 예금주가 개입된 불법행위를 명백히 입증가능한 상황이었다. 재무부를 비롯한 금융 및 대(對)테러 전문가들은 ’강력한 응징’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은 북한과의 ’정치적 해결’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내부 신경전이 있었지만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으로 연결되는 협상파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이미 해결방향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중국과 마카오 당국이 미 재무부의 조사결과에 강력한 유감의 뜻과 함께 항의하면서 상황은 다소 복잡해졌다. 당연한 일이지만 미 재무부의 조사결과로 중국 금융시장의 불투명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는데 대해 중국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베이징(北京)에서 지난 15일부터 열린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미묘해지고 있었다. 여차하면 북한이 BDA 문제 미해결을 트집잡아 모든 회의를 사실상 ‘사보타지’할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힐 차관보 등 미국측 고위인사와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국측 인사들은 ’BDA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베이징에 도착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 공항에서 ’BDA 전액 해제하기 전에는 핵시설 가동중단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한 뒤 사실상 ’칩거’에 들어가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뭔가 잘못 되는게 아니냐”는 불길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김 부상의 ’두문불출’이 사태 해결을 앞당긴 요인이 됐다. 김 부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이 알려지면서 미국은 물론 중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미국측은 미 재무부 조사결과에 여전히 불만을 피력하고 있는 중국과 만나 ▲이미 정치적 해결방향이 정해졌으며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측이 미국의 설득에 동의하면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양측은 ▲대량살상무기(WMD) 거래 등 불법행위에 연루된 혐의자에게 직접 동결자금을 반환하지 않으며 ▲북한측이 특정 용도(인도적 사업 등)에 동결 해제 자금을 사용하기로 한다는 방안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안이 북한측에 전달됐고 2천500만달러를 빠른 시일내 반환받게 된 북한측이 ’인도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을 포함, 북한 인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하게됐다.

18일 밤 힐 차관보와 천 본부장 등은 ’BDA 해결이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고 결국 19일 오전 베이징에서 힐 차관보와 자리를 함께 한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의 입을 통해 미 정부의 방침이 대외에 공개됐다.

특히 동결 해제 자금 2천500만달러를 베이징 중국은행에 개설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이체하는 형식으로 북측에 전달하게 됨에 따라 미 재무부의 체면도 살리게 됐다.

미 재무부 관계자들은 불법행위에 연루된 북한계좌가 달러화 위폐 피해를 막기 위한 자국법, 그리고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 1718호에 따라 금지된 WMD 관련 물질의 판매이전 조항에 각각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불법행위 혐의자’에게 직접 예금을 반환하지 않는 선에서 ’양해’했다는 후문이다.

한 소식통은 “범죄 혐의자에게 동결 해제 자금이 직접 전달되는 것을 피하게 된 만큼 BDA 조사를 통해 북한측의 범죄행위를 입증해 낸 재무부의 입지도 손상받지 않게 됐다”면서 “중국은행이라는 중간지대를 제공한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폐기 작업을 신속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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