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따른 경제발전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민들의 지나친 기대감을 완화하기 위해 당국 차원에서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되는 북한 내부 동향에 대한 전망과 평가를 내놨다.
연구원은 이번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북한 내부 반응과 관련해 “주민과 간부들은 대미(對美)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발전 및 주민생활 향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동성명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동시에 지나친 기대나 일부의 반감을 완화하기 위해 사상교양 사업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특히 “현재의 북한은 경제에 올인하는 대내전략과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대외전략이 밀접히 연계돼 있는 구조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며 “대내 경제성장과 대외 북미관계 개선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이를 모두 성공시켜야 하는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경제 발전을 꾀하는 것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긴밀히 연결된 문제기 때문에 북한 정권으로서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풀어나가야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실제 앞서 북한은 지난 4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이 마무리됐음을 선언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내용의 새 전략 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이후에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경제 건설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초기 조치로서 핵무기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또는 반출이라는 ‘핵심적 핵능력 제거'(프런트 로딩·front-loading) 방식이 암시됐으며, 추후 북미 양국 간 고위급회담에서 프런트 로딩 문제와 연관된 초기조치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북한 비핵화의) 비가역성의 기준으로 ‘20%의 비핵화’가 제시됐다”며 북미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20%만 진행되면 되돌릴 수 없게 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에 ‘20%의 비핵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매우 강력한 프런트 로딩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프런트 로딩이 충족되면 제재 완화 또는 해제, 관계정상화 등 체제 안전 보장조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함축하는 표현”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 연구원은 북미 후속회담의 북측 대표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아닌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는 정보라인을 가동했으나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는 북한 외무성-미국 국무부 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또한 연구원은 북미 후속회담의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7월 27일 판문점 종전선언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의지를 표명하고, 공동성명에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함에 따라 종전선언의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연구원은 이번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CVID(완전하며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 “사실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북미 간 내부적으로 합의가 됐을 것”이라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개념이 검증 가능성과 비가역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미국에 전달했고, 미국이 이를 양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CVID 불(不)명시는 활발한 실무접촉에도 불구하고 합의도출 실패로 인한 ‘비결정의 결정’이라는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며 “북한이 ‘빠른 비핵화’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