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일 강대강 대치…내주 고비될 듯

북한이 핵실험후 조성된 대북 압박 조류 속에 ‘물리적 대응 조치’를 언급하고 일본과 미국은 강경 일변도로 북한을 몰고 있어 핵실험 4일째를 맞는 12일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엔의 결의채택 향배와 국내 여론 등을 두루 감안, ‘조율된 조치’를 모색 중인 정부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 문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의 현상유지 문제 등을 둘러싸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연쇄방문이 다음 주로 예정돼 있어 이를 계기로 이번 사태는 중요한 갈림길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일 ‘강(强) 대 강(强)’ 대치 = 북한은 11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압력을 가중시킨다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연이어 물리적인 대응조치들을 취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것은 오랜 래퍼토리이지만 유엔 결의에 PSI 확산을 도모하는 미국의 뜻이 전면 반영되거나 미국이 계속 무시전략으로 나갈 경우 추가 핵실험을 비롯한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 비록 북한이 담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비핵화 실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 6자회담을 포기하지 않을 뜻을 밝혔지만 기본적으로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상황 악화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일본은 북한의 담화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모든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 북한으로부터의 모든 상품 수입금지 등 초강경 조치를 발표하며 ‘멍군’을 외쳤다.

그간 해오던 북한과의 모든 정상적 상거래와 조총련을 통한 북한으로의 물자·자금 유입을 사실상 전면 차단한 일본의 이 조치가 북한에 줄 경제적 타격은 적지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미국도 “우방국과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11일 발언에서 보듯 북한이 바라는 직접 협상 쪽으로 움직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미국은 대북 결의 채택 협의 과정에서 PSI의 전세계적 확산을 도모하는 한편 30일 이내에 북한의 행동을 검토,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한다는 문구의 삽입을 시도하는 등 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의 딜레마 = 정부는 대화에 무게를 둔 기존의 북핵문제 해법을 한동안 꺼내들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유엔 결의 이행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세워 놓은 상태다.

하지만 미·일 중심의 국제사회와 북한간 대립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긴장만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에 동참한 채 사태를 방관할 수 만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딜레마다.

무엇보다 정부는 결의 채택이 임박한 지금 PSI 참여확대, 개성공단·금강산 사업 현상유지 여부 등에 대한 중대 결정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PSI 추가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정부 안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북한을 자극하고 무력충돌로 갈 수 있는 단초를 만들게 된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 정부는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대북 압박 동참이 불가피하지만 남북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언젠가 조성될 외교적 해결의 국면에서 북한을 설득할 카드를 모두 버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다음 주 핵실험 사태 중대국면 될 듯 = 안보리의 대북 결의가 채택되고 그에 따른 한국 등 관련국들의 조치 내용이 윤곽을 드러낼 다음 주가 이번 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 다음 주로 예정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도 6자회담 관련국들의 공동대응 방안 모색 및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 확인 등 차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초 11월 초중순 께 동북아를 방문할 예정이던 라이스 장관은 핵실험 변수가 발생하면서 일정을 당겼고 한국에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뉴욕 일정을 마친 뒤 돌아오는 내 주 후반께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라이스 장관의 한중일 연쇄 방문에는 안보리 결의 이행 등 대북 압박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측면이 있지만 11월 7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태의 해결을 위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미국 국내 정치적 필요에 부응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미 행정부 차원에서는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거부감이 한결 커졌지만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북미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자국내 일각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라이스 장관의 방문은 이번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타진해본다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주 내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음주 쯤 북한이 예고한 ‘물리적 대응조치’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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