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실무협상 마지막날 표정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첫번째 회의 기간 내내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계속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회담 마지막날인 6일(현지시각)에도 미국측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선보이며 마지막까지 취재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김 부상은 이날 뉴욕 맨해튼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오전 회담을 마친 뒤 숙소인 밀레니엄 플라자 인근 중국식당에서 미국측과 오찬을 겸한 마지막 회담을 가졌지만 오찬회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취재진은 아무도 없었다.

김 부상 일행이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을 떠난 뒤 추격하던 취재진들을 모두 따돌리고 중국식당에 도착한데다 미국 협상단은 김 부상이 일행이 취재진을 따돌리는 사이 미리 식당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

뒤늦게 식당 앞에 도착한 취재진들은 오찬이 끝난 뒤 먼저 식당을 빠져나온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을 보고서야 오찬회담이 이뤄진 사실을 알았으나 힐 차관보의 행방은 그 때까지도 묘연한 상태였다.

미 대표단에 이어 식당에서 나온 김 부상은 불과 10m도 안되는 거리를 차로 이동한 뒤 차에서 내려 호텔로 이동했으며 이를 목격한 취재진들이 몰려들자 이제까지와는 달리 비교적 길게 이번 회담에 대한 취재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 때까지도 힐 차관보는 오찬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이날 오후 이번 회담에 대한 브리핑에서 자신이 오찬회동에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북미가 취재진을 상대로 북미간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가동한 사실이 드러난 것.

김 부상이 짧은 거리를 차로 이동한 뒤 호텔 앞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가짐으로써 취재진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사이에 식당에서 대기하고 있던 힐 차관보가 다른 미국 협상단과 합류해 떠났을 것으로 취재진들은 보고 있다.

오찬 한시간 뒤에 공식 브리핑을 앞두고 있던 힐 차관보가 김 부상의 협조 아래 완벽하게 취재진을 따돌린 것이다.

한편 김 부상은 이번 방미기간 동안 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방미기간 내내 맨해튼 도심에서 김 부상 일행을 태운 차량행렬을 따라잡기 위한 언론의 추격전이 전개됐다.

일부 외국언론은 차량은 물론 오토바이, 자전거까지 동원해 김 부상 일행을 추격했으며 경호를 맡은 국무부 외교경호실(DSS) 요원들은 취재진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신호등까지 무시하며 맨해튼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김 부상 일행의 숙소인 밀레니엄플라자호텔 주변에는 하루종일 김 부상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상대로 한 노점까지 등장할 정도로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져 지나가던 뉴요커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