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대전환’의 틀 갖추나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초기이행조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관계정상화를 위한 워킹그룹에서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절차를 시작하기로 해 주목된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정치적으로, 적성국 교역법은 경제적으로 사실상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북적대정책의 근간임 셈이어서 이의 해제는 그동안 북한이 요구해온 대북적대시정책의 폐기가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통해 북한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자위적 억제력 차원에서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핵무기 개발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워 왔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정상관계를 가져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갈 경우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등에 매달릴 명분을 상실하는 것이다.

적성국 교역법은 법의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을 ‘적성국’으로 규정하고 각종 무역과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법이다.

이 법의 교역금지 대상에서 풀려야만 북한은 미국과 정상적인 무역거래가 가능할 뿐 아니라 현재 미국에 의해 동결되어 있는 북한기업들의 자산들도 해제가 가능하다.

물론 이 법의 대상에서 풀린다고 하더라도 미국과의 단순교역이 가능할 뿐 이중용도물자의 대북반출 등에서는 여전히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세계경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겨지는 대미수출의 길을 열어 세계 어느나라와도 교역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정상교역국이 됨으로써 앞으로 관세효과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산지 문제도 풀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에 수출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지원국 지정 문제를 푸는 것은 적성국 교역법 해제보다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매년 ‘국가별 테러리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테러행위에 직접 가담했거나 이를 지원, 방조한 혐의가 있는 나라를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11월 KAL-858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인 1988년부터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랐다.

최근 북한은 눈에 띄는 테러지원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테러지원국 해제가 비교적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 1970년 일본의 여객기 ‘요도호’를 납치한 적군파 등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으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늘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적군파 4명의 가족들을 이미 일본으로 돌려보낸데 이어 작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에서는 일본에 대해 적군파와 귀환협상을 가질 것을 촉구해 더 이상 적군파를 보호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북한이 적군파 문제를 풀면 자연스럽게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북한이 현재 국제테러를 지원하고 않고 향후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최근 6개월간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국무부가 리스트에서 북한을 삭제하면 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드디어 한반도 핵 해빙이 시작됐고 북미 양국 지도부의 비핵화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부시 행정부가 중간선거 패배 후 네오콘 강경파의 퇴조, 부시-라이스-힐로 이어지는 라인의 작동 등 긍정적인 변화 뒤에는 부시 행정부가 임기 내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 실장은 “북한과 미국 양측이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고 평화공존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이 복잡하겠지만 양측이 국익을 위해 큰 틀에서 합의, 이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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