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경협 ‘걸림돌’ 산적…협력선언 그칠 것”

러시아를 방문중인 김정일이 23일 또는 24일쯤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러간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 등의 구체적 합의 도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년만에 이뤄진 김정일의 이번 방러는 북·러 모스크바 선언 10주년을 기해 이뤄진 것인 만큼 양국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진전된 입장을 끌어내 대북 견인력을 입증해 보이려 할 수 있다.


▶북러 이해관계 일치…정상회담 분위기 우호적일 듯=북한 역시 중국 의존식 외교에서 탈피하고, 6자회담 즉각 재개에 제동을 걸고 있는 한·미 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북러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은 그동안 남한, 미국, 일본 등과 관계 개선을 타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러시아에 대한 접촉은 중국 일방 의존에 대한 부담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협력 상대를 물색해 온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일의 방러 첫날인 20일 북한 노동신문이 “전통적인 조러 친선을 새로운 경지에 올려세운 지 어언 1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언급한 것과 러시아가 전통적인 환영 의식으로 사회주의 연대를 의미하는 소금, 빵을 대접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또 러시아가 김정일의 방러 시점에 맞춰 밀가루 5만t의 일부를 북한에 지원한 것도 북러 정상회담에 앞선 분위기 조성용으로 풀이된다.


김정일의 이번 방러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경협과 인도적 지원 문제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외부의 경제 지원이 절실하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전통적인 우방 국가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적 업적을 선전하려 할 수 있다.


김정일의 방러 수행단 면면을 볼 때도 러시아와의 경협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첫 행선지가 아무르주(州)의 부레야 수력발전소라는 점은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 경제의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러 정상회담에서 대북 송전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5월 김정일의 방중 이후 황금평 경제특구 착공식을 추진했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이번 방러 수행단에 포함돼 있어 나선 등 경협 투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개혁·개방파의 대표적 인물로서 지난해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박봉주 전 내각총리 참여도 이번 방러에 대한 김정일의 기대치를 엿볼 수 있다.


▶北核문제 해결 안 되면 대규모 경협 현실화 어려워=하지만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경협 성과물이 구체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추가적인 인도지원이 가능할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임 연구위원은 “북러 정상간 경제 협력에 합의한다고 해도 선언적 수준 또는 수사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며 “북러간 실제적 경제적 이해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연구위원은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재 조건에서 북러간 대규모 경협은 한미 등 주변국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프로젝트를 염두해 두고 있는 러시아와 조속한 지원을 요구하는 북한과의 시각차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천연가스관 매설사업의 경우 공사 소요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은 없다.


또한 정작 막대한 공사비를 투자할 대상은 남한 외에 없는 실정으로 북핵과 천안함·연평도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재 조건에서 난망하기 어렵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또 다른 주요 의제는 6자회담 재개 문제다. 북핵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수행은 러시아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북핵문제에 대해 ‘조건없는 6자회담 즉각 재개’ 입장을 확인함으로써 북한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 박의춘 외무상과 회동을 갖고 “러시아는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북한의 확인된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핵·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이 동행했다는 점에서 군사무기 도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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