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경색된 우정’관계”

북한과 러시아가 오랜 정치.군사적 동맹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색 된 우정관계에 있다고 국제위기감시기구(ICG)가 지적했다.

국제사회 분쟁조정을 주 목적으로 하는 ICG는 최근 북.러관계를 재조명한 ‘북한과 러시아의 경색된 우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두 나라의 관계는 ‘비현실적인 기대’와 ‘잦은 실망’으로 특징지어져 왔다”며 이같이 분석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8일 보도했다.

ICG 선임연구원인 다니엘 핑크스톤 박사는 이 보고서와 관련,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러 간의 기대와 실망은 이미 냉전시대와 한국전쟁 시대부터 시작됐다”며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소련으로부터 큰 군사적 지원을 기대했지만 소련은 한반도의 전쟁을 고조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소련은 북한 건국 이후에도 북한을 사회주의 경제권으로 포함시키기를 원했지만 북한은 좀 더 독립적인 경제구조를 추구하는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북.러관계가 상호 의심과 실망으로 경색돼 왔지만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태평양 지역에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러시아를 서구 영향력의 대체 세력으로 활용하려는 북한의 이해관계의 결과라며 이로부터 “북한은 러시아에서 군사기술을 공급받을 수 있었고, 러시아는 북한의 전후복구에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현시점에서 북.러간 경제협력은 “북한의 경제개방 거부와 러시아의 과도하게 야심찬 사업 추진”으로 인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은 소규모 중소기업의 대북진출이 신속 활발히 이뤄지는 반면 러시아의 관심은 한반도 종단과 시베리아 횡단 노선을 연결하는 철도사업, 에너지와 가스 공급, 원자로 건설 등 계획과 시행에 오랜 세월이 걸리는 대형 국영사업들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러시아는 이런 대형사업의 추진금을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화폐로 원하고 있지만 북한은 폐쇄경제로 인해 해외자본을 유치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양국간의 비현실적 기대와 실망은 계속됐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지금까지 경색된 우정으로 특징돼 온 북.러관계는 앞으로 북한이 취하는 개혁.개방의 수위와 북한이 현재의 경제난을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협력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핑크스톤 박사는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북핵 6자회담에서 일본과 더불어 가장 소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요한 공헌을 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 핵시설 불능화 시찰단에 러시아 핵 기술자들이 포함돼 실제적인 불능화와 관련한 과학기술 자문을 제공했다는 사실 ▲북한의 핵목록 신고와 관련해 러시아가 과거 북한에 제공했던 핵장비와 기술에 근거해 핵목록의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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