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합의해도 사업신청 안하면 무효

통일부는 북측이 남측 기업과 이중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개성 골프장 사업과 관련, 현대아산이 북측과 맺은 계약을 존중하지만 법적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4일 밝혔다.

현대아산이 북측과 개성 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합의를 했지만 통일부에 사업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으니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북한과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통일부가 법적 형식 논리에만 묶여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2000년 현대와 맺은 이른바 ’7대 경협합의서’에서 개성공단 개발 독점권을 현대에 줬으면서도 작년 12월 대구의 부동산개발회사인 유니코종합개발과 개성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협의서를 맺었다. 이중으로 계약을 한 것이다.

고경빈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성 골프장은 아직 사업승인 신청을 받은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어느 기업에도 기득권이 없다”면서 “법적으로 현대와 유니코종합개발 모두 북측과 맺은 계약을 각각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아산과 유니코종합개발은 현재 (개성 골프장 사업에 있어)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대아산은 북한과 맺은 ’7대 합의서’를 근거로 골프장 사업이 포함된 개성 개발계획을 포괄적으로 승인받으려 했지만 정부가 ’사업이 구체화될 때마다 신청하라’고 해 1단계 100만평 공단 조성사업만 승인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혼란의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북한과 명백히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에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누가 대북사업에 나서겠느냐”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오후 늦게 신언상(申彦祥) 차관이 기자들과 만나 “양자 모두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률적 측면에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현대의 기존 계약들은 존중하며 현대가 아닌 제 3의 업체가 추진하려면 현대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수습에 나섰다.

신 차관은 이어 “현대와의 협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사업 승인을 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법적으로는 현대의 권리를 인정하기 어렵지만 기득권은 인정해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 단장은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이중계약은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는 말도 했다.
그는 “사적인 영역에서 계약할 때 이중으로 계약할 수 있다”면서 “먼저 계약한 쪽이 (권리가) 침해됐다 생각하면 계약 상대방에게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협의 특성상 북한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극히 어려운데도 ’억울하면 북한에 따져라’라는 식의 해법은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도 유니코종합개발이 먼저 사업승인을 신청한다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기는 하다.
고 단장은 “법적으로만 따지면 유니코종합개발이 사업승인 신청을 해오면 해줘야 하는 것이 맞지만 법을 집행하는데 있어서는 정책적 고려도 해야 한다”면서 “현대아산이 북측과 협의한 사업과 충돌될 우려가 명백해 납북교류협력의 질서 차원에서 사업자 간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니코종합개발과 북측이 맺은 협의서에도 ’현대와 북측 아태 간에 맺은 내용들이 정리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유니코종합개발은 이날 현대아산과 만나 “현대의 사업권을 전제로 상호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현대아산측이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유니코종합개발측이 부지 임차료로 200만 달러를 북측에 이미 지급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대북사업단체를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양파를 지원한 적은 있지만 골프장 사업과 관련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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