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일관계 최악 국면, 美ㆍ日 MD구축 촉진될 듯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평양선언 위반’으로 규정하고 대북(對北) 제재조치를 단행함으로써 북.일관계가 최악의 국면에 빠졌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관방장관은 5일 낮 만경봉호 6개월간 입항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한 자리에서 “본건은 평양선언 위반”이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2002년 9월 평양선언 서명후에도 지대함미사일 발사, 핵시설 재가동 등 해석에 따라서는 ’평양선언 위반’으로 볼 수도 있는 행동을 해왔으나 일본 정부는 그때마다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평양선언은 북한과 일본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언론은 ’미사일 발사 동결’ 등을 담은 평양선언을 5년여에 걸친 고이즈미(小泉) 총리 정부 외교의 ’금자탑’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이즈미 정부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모두 마찰을 빚고 있다. 북한과도 납치와 핵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평양선언은 고이즈미 정부가 그나마 내세울만한 가시적인 성과라는게 일반적 평가다.

북한으로서도 최대 관심사인 ’과거 청산’과 국교정상화 후에 따라올 것으로 기대되는 경제협력 등을 명기한 평양선언은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다. 게다가 최고이자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문서라는 점에서 “북한이야 말로 평양선언을 중시하고 있다. 파기란 있을 수 없다”(외무성 관계자)는게 일본 정부의 그동안의 입장이었다.

이런 사정을 꿰고 있는 아베 장관이 공식적으로 ’위반’이라고 선언한 것은 일본 정부가 미사일 발사에서 받은 충격의 크기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평양선언 위반을 공식 선언한 이상 북.일국교정상화 회담 조기재개는 기대하기 어려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예상이다.

그러나 사태가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북한에는 아직 6자회담 복귀카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거부로 6자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회담 참가국이 모두 북한의 회담복귀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은 회담 복귀만으로도 큰 양보로 비쳐지는 상황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회담복귀를 선언하는 순간 국제포위망이나 대북제재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평양선언이 무효화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베 장관은 미사일 발사는 평양선언 위반이라면서도 “선언은 유효하다. 북한은 평양선언 정신으로 돌아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도 미사일 발사로 평양선언이 무효화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매우 유감스런 사태”라고만 말했다. 일본 정부가 선박입항금지에 비해 효과가 클 것이 분명한 대북송금금지 등 개정 외환거래법에 따른 제재를 발동하지 않은 것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견제해 평양선언을 살려두려는 배려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방위청을 중심으로 “요격능력없이 감시만 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MD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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