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 부활한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19일 폐막한 2단계 제4차 6자회담의 공동성명에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돼 이 선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참가국들이 서명한 공동성명 1항은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엄수되어야 하며 실현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특히 공동성명은 “한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반입하거나 배치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현재 한국영토에는 핵무기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로 합의를 이룬데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준거가 됐음을 말해주고 있다.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북한과 모든 핵이 폐기 대상이라는 미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열지 못하던 회담에서 한국의 중재로 미측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준거로 해 북측의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는 관측인 셈이다.

특히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던 미측은 이 공동선언에 ‘남과 북은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대목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인정하고 있는 플루토늄 재처리는 물론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 관건으로 여전히 존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와 비핵화 범위 등의 쟁점을 아우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단계 4차 6자회담 막바지에 의장국인 중국의 언론이 일제히 공동성명 초안에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유효성을 재확인했다는 보도를 내놓았고 우리측 회담 관계자들도 이를 대체로 인정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들은 “한반도에서 비핵화 또는 핵문제를 다루는데서 준거로 삼아야 할 현존 합의 중에서 가장 좋은 게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선언”이라며 “이 협상 모두에서 우리는 이미 남북간 합의를 통해 만들어져 있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존하는 가장 좋은 비핵화의 준거틀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했다.

6개항으로 이뤄진 비핵화 공동선언의 1항은 핵무기 시험과 제조.생산.접수.보유. 저장.배비(치).사용을 남북한 모두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이 조항에 의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실험하거나 이를 전력화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보유를 선언한 핵무기를 폐기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핵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조항(3항)을 적용할 경우 영변 원자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핵 억제력’을 유지하는데 사용할 수 없고,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무기도 제조할 수 없다.

그러나 비핵화 선언은 2항에서 ‘핵 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라고 규정해 군사용이 아닌 민수용으로 핵을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놓았다.

때문에 비핵화선언에서 핵의 평화적 사용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핵 재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에게만 유독 이런 권리를 허용하지 말자는 미측의 논리가 결과적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미측은 북한에 핵의 평화적 이용권한을 부여하게 되면 영변 핵시설 단지와 함경남도 신포의 경수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른 협상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사이에 사실상 사문화됐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6자회담에서 준거의 틀로 활용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도 있다.

즉,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에 이용하더라도 부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재처리시설이 있어야 하고 핵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농축시설이 필요한데도 비핵화 선언으로 이를 가로막은 것은 ‘핵 주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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