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사망 격분 군중 시위 파키스탄 전역 확산

파키스탄의 야당 지도자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54)가 27일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파키스탄 인민당(PPP) 총재인 부토 전 총리는 라발핀디에서 수 천 명의 군중들에게 약 2주 후에 있을 총선에서의 지지를 촉구하는 유세를 진행한 직후 자살 폭탄공격을 받았다. 이번 테러는 국제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세를 마친 후 부토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과정에 괴한에게 두 발의 총격을 받았다. 총격을 가한 괴한은 그 자리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렸다.

총상과 파편의 상흔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부토는 라발핀디 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병원 현장에 동행한 PPP 관계자는 부토 전총리가 “오후 6시 16분 숨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부토의 대변인인 바버 아완 상원의원도 “의사들이 부토 여사의 순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부토를 겨냥한 자살폭탄테러로 인해 현장에서는 부토 여사 외에도 최소 20명 이상의 군중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으로 몰려든 부토 지지자들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부토 지지자들은 테러단체 알 카에다의 잇따른 테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이 부토 여사에 대한 경호를 소홀히 했다며 무샤라프에게 책임을 돌렸다.

부토 암살 소식에 분노한 군중들의 시위는 페샤와르를 비롯한 파키스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수 천 명의 성난 군중들이 눈물을 흘리며 버스와 자동차를 부수고 불을 지르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카라치 등 대도시에서는 상가가 문을 닫는 등 불안에 휩싸였다.

1980∼1990년대 이미 두 번의 총리를 지낸 부토는 지난 10월 8년 간의 망명생활을 마감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귀국과 동시에 무샤라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했다. 무샤라프가 최근 전격적인 친위 쿠데타를 감행해 권력을 연장시키자 이번 총선에서 그를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부토는 귀국 당시에도 자살폭탄 테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140여 명이 사망하는 사태 속에서도 그녀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후 테러 배후에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개입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토 암살 직후 테러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국민들에게 진정을 호소했다. 보안군에는 적색 경보를 발동하는 등 사태의 진화에 나서고 있다.

부토 암살의 배후가 가려진 가운데 최대 야당 세력의 지도자가 자살폭탄테러로 사망하는 사태로 인해 무샤라프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야당이 정치적 구심점을 상실해 무샤라프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쥐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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