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前 총리, 北에 UEP 자료 건넸다”

베나지르 부토(Bhutto) 전 파키스탄 총리가 지난 1993년 북한을 국빈 방문했을 때 북한과 미사일 거래를 위해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UEP)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넘겨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P는 이날 인도 언론인 시암 바티아가 지난 2003년 부토 전 총리와 가진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 달 인도에서 출간한 저서 ‘안녕, 부토 총리(Goodbye Shahzadi)’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바티아는 저서에서 부토 전 총리가 “적어도 그녀가 숨지기 전까지는 밝히지 않기로 약속했던, 아주 중요한 비밀을 말했다”면서 부토 전 총리가 북한에 UEP 자료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탐사보도 언론인으로 인도의 핵개발 계획과 관련해 4권의 저서를 출간해 온 바티아는 부토 전 총리와 1974년에 처음 만났으며 지난해 암살당하기 직전까지도 만남을 가져온 인물이다.

저서에 따르면 부토 전 총리는 지난 2003년 인터뷰 과정에 자신이 총리 재임시절 파키스탄 군부와 어려움을 겪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던 중 북한 방문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부토 전 총리는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해주겠다”면서 바티아에게 녹음기를 끄도록 한 뒤 “나는 파키스탄 군부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이 일을 했다”면서 북한과 미사일 기술 거래를 위해 핵자료를 북한에 넘겨주도록 (군부로부터) 요청받았다고 말했다고 저서는 전했다.

당시 파키스탄은 숙적인 인도의 미사일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미사일 기술이 필요했던 때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바티아는 “부토 전 총리가 방북을 위해 파키스탄을 떠나기 전에 북한이 원하는 우라늄농축에 관한 자료를 담은 CD들을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가 깊은 오버코트를 구입했다”고도 밝혔다.

바티아는 그러나 부토 전 총리가 몇 장의 CD를 북한에 넘겨줬고, 누구에게 이를 전달했는 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도 지난 2006년 발행한 자서전을 통해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박사가 북한에 원심분리기 20기 가량을 이전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거래에 파키스탄의 최고위 관리가 개입됐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티아의 저서 내용에 대해 핵전문가인 미국 과학및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소장은 북한이 이미 지난 1980년말에 우라늄농축 프로젝트를 위한 초기 노력으로 추정되는 장비구매 움직임이 있었다며 “타당성이 있는 얘기”라고 평가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국제정책센터(CIP)의 셀릭 해리슨(Selig S.Harrison) 선임연구원도 바티아의 저서를 읽었다면서 바티아가 부토 전 총리에 대해 언급한 것은 신뢰할 수 있다며 “그는 부토 전 총리를 잘 알고, 명성있는 인도 언론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의 나딤 키아니(Nadeem Kiani) 대변인은 바티아의 주장에 대해 “어처구니없고 근거없는 주장”이라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며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밝혔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부토 전 총리는 영국 망명생활을 마치고 귀국, 작년 12월 총선 유세를 벌이던 중 사망, 지금도 암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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