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그래서 안아주고 싶었는데…”
북한 당국이 보내온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에 대한 생사확인 답변서를 확인한 오길남 씨는 8일 “망연자실하지는 않지만, 혼란스러워 말을 할 수가 없다”며 이같은 심정을 밝혔다.
오 씨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영의 딸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식답변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사망 소식을 들으니 믿겨지지 않는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27일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의 생사확인 답변서를 ‘UN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제출했다. 답변서에 신 씨는 ‘간염으로 사망’, 두 딸 혜원과 규원은 아버지 오길남 씨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고, 상대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기재됐다.
오 씨는 답변서에 대해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조작된 것으로 믿을 수 없다. 일본인 납치 사건을 봤을 때 (아내가) 사망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이어 “답변서엔 아내가 언제, 어디서 사망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어디로 끌려다니며 살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압력을 받으니 북한이 이제까지 했던 상투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신 씨가 1980년대부터 앓아오던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씨가 북한에 들어가기 전 간염이 완치되었다고 오 씨는 설명했다. 북한 적십자사가 2008년에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신숙자씨로 추정되는 인물에 ‘연락두절’로 표기돼 있었으며, 혜원, 규원은 북한에 생존하고 있다.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한국지부 대표를 맡았던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통영의 딸’ 구출운동을 하니까, 국제 여론을 의식해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도 외부 사회에서 제기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대응할 것은 대응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 당선자는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 북한 당국의 호응도 높아질 것이라며 지속적인 활동을 주문했다. 그는 “북한 당국에 신 씨 사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것과 유해송환을 촉구, 두 딸의 자유로운 의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3국 또는 유엔이 정한 곳에서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