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2기, 대테러전 1단계 마무리할 것”

지난주 목요일(1월 27일) 콘돌리사 라이스가 미국 제 66대 국무장관에 취임했다. 비록 미국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그리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존 케리 상원의원 등이 반대했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라이스의 인준을 수일간 지연시킴으로서 부시 행정부 제2기 출범에 옹졸한 시비를 걸었지만 미국 상원은 찬성 85, 반대 13으로 라이스의 국무장관 지명을 인준했다.

라이스가 새로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향후 부시 제2기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북한 정책이 강성이 될 것이냐 혹은 보다 온건해 질 것이냐’는 등 별 의미 없는 논란이 있었다. 어떤 정부가 강성이냐 약성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군사력 사용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 정부 혹은 인물이 강성의 기준인가? 또한 어떤 행동을 온건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라이스 취임과 대테러 전쟁의 마무리

만약 군사력 사용에 대한 관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라이스는 클린턴 대통령의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 장관보다 오히려 더 연성(軟性)일 것이다. 그러나 특정 외교정책 목표를 세워놓고 그 목표를 확신하고, 변함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라이스와 부시 행정부는 누구보다도 강성이라고 말해도 좋다.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남은 4년 임기 동안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더불어 3년 전 시작된 대 테러전쟁의 1단계를 마무리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이스는 1월 18일 상원 인준회의 연설에서 “세상에 자유가 충만할 경우 미국도, 세계도 안전했다는 사실이 역사의 분명한 교훈이며, 과거에는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자유에 대한 위협이며 도전이었지만 오늘날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자유에 대한 도전은 폭정과 테러리즘의 이데올로기이며, 부시 행정부의 외교 목표는 자유세계와 함께 지구상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 이라고 말했다.

라이스는 더 나아가 현재 세상에는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들이 몇 나라 남아 있는데, 북한은 그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더 나아가 미국은 폭정에 신음하는 나라들의 국민들의 편에 서있다는 사실을 말함으로써 테러전쟁 시대 미국의 전략 목표가 “(폭정을 행하는)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 임을 분명히 했다.

1월 20일 부시 대통령은 제2기 취임사에서 ‘미국의 목표는 폭정의 종식’ 이라는 냉혹할 정도로 분명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재강조되었다. 라이스는 1월 27일 국무장관 취임연설에서 민주주의는 전 세계로 강화, 확대될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의 소명(history is calling us) 이라고 말했다.

콘돌리사 라이스는 클린턴 행정부의 올브라이트 여사 다음으로 역사상 두 번째 여성 국무장관이며, 콜린 파월 장관에 이어 역시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미 국무장관이다. 라이스는 흑인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국무장관이 됨으로써 이미 역사의 인물이 되었다. 미국의 고위관리들, 기자들, 시민들은 콘돌리사 라이스를 ‘닥터 라이스'(Dr. Rice) 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공산주의 독재정권의 전략을 꿰고 있는 탁월한 국제정치 학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키신저 박사는 평화의 조건으로 국가간의 세력 균형 유지를 강조했고 장관 재임 시 메테르니히와 맞먹는 외교술로 자신의 이론을 실제 세상에 구현하려 했다.

구소련 붕괴 주역들 다시 모여

부시 2기 미국의 외교정책이 이렇게 분명한 단어들로 언급되는 것을 듣고, 미국은 북한을 비롯한 폭정의 전초기지들을 군사력으로 선제공격하려는 것이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약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 병을 고치기 위해 수술을 하려는 의사가 어디 있겠나? 라이스 박사는 소련문제 전문가다. 더 넓게는 공산주의 전체주의 정치체제가 그의 전공이었다.

소련의 대전략에 정통한 라이스는 현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부시 대통령 재임시절 백악관에 근무하며 소련 및 동부 유럽 공산주의 정권을 붕괴시키는 역사의 현장에서 활약했다. 동유럽 공산권 정권의 몰락 현장에 있었다는 크리스토퍼 힐 현 주한 미 대사도 라이스 장관과 함께 일하기 위해 미 국무부 본부로 발령을 받았다.

3차대전이 발발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던 소련 및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정권들을 총 한방 쏘지 않은 채 붕괴 시키는 데 성공했던 일꾼들이 미국 국무부 대외정책의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 라이스 미 국무장관 취임의 중요한 의의가 될 것이다.

이춘근 / 객원칼럼니스트 (자유기업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