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DJ 햇볕정책 설명에 손으로 전화기 막아

▲햇볕정책에 부정적 반응을 한 부시 대통령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초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대해 설명하자 손으로 송화구를 막으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6월 1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유화정책보다는 현실적인 대북 접근을 강조하는 부시 미 대통령에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데이비드 로스코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책 『세계경영’(Running the World)』에서 프리처드 전 대북특사가 햇볕정책을 두고 대조적으로 반응한 양국 정상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로스코프가 소개한 일화는 2001년 1월 25일 일어난 일로, 부시가 DJ 햇볕정책 설명에 ‘짜증’을 냈다고 6일 보도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자 부시 대통령은 전화기를 귀에서 뗐다.”

“그리고 송화구를 한 손으로 막은 채 옆에 있던 잭 프리처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 담당 선임국장을 향해 ‘이 사람,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Who does this guy think he is?)라고 말했다.”

대북 인식차 커지면 한-미 균열 심화

로스코프는 “양국 정상의 통화 시기가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초기로 보이며 부시는 클린턴 행정부가 취한 대북 유화정책을 따르지 않으려 했던 사례”라고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매우 현실적이다. 김정일은 최악의 독재자이기 때문에 변화의 대상일 뿐 결코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 조정관은 지난달 방한(訪韓)한 자리에서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시절 대북 정책(유화 정책)을 실패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국 정상이 자칫 북한에 대한 관점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질 경우 북핵 해법은 표류하고 한국의 발언권은 더욱 위축될 공산이 크다.

김 전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가 취임 초기 대북 정책이 제 모습을 갖추기 전에 정상회담을 서둘러 결국 양국 정부의 대북관의 차이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한미관계를 수습 국면으로 진입시키고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를 튼튼히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해달라는 원칙적인 수준에서만 북핵 의제를 설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양국간의 대북관의 시각차이를 미봉책으로 덮어두고 간다면 이후 북핵이 가지는 폭발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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