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기 안보전략과 한반도

미국 백악관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부시 2기 행정부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의 북한 대목은 인권과 위폐 등 불법활동 제기 및 그 연장선에서 폭정 종식 목표 재확인과 정권행태 변화 촉구,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등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폭정 종식 목표 재확인과 불법활동 중단 촉구에 시선이 쏠리고, 미국에 임박한 중대 위협에 대한 선제공격 독트린 재확인 때문에 이 독트린의 대북 적용여부도 주목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사임하기 직전까지 이번 NSS 작성에 관여했던 마이클 그린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보고서의 “북한 대목 전반의 강조점은 6자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에 있다”고 말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도 “폭정종식, 불법활동 등 근래 나온 것들을 망라한 말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만, 6자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 기대도 강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점때문에, 보고서가운데 부정적 인식이 더 부각돼” 파장을 낳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NSS 보고서는 기본원칙을 천명하는 것이며,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에도 이원칙에 따라 정책을 취해온 점을 들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 역시 보고서가 북한 등을 폭정 종식 대상으로 거듭 확인하면서도 “행동(action)”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지 부시 대통령도 이날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해리 트루먼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정책처럼, 우리의 접근은 국가 목표에선 이상주의적이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선 현실주의적”이라고 말해 목표와 수단의 차이를 환기시켰다.

이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고상한 이상주의적 목표 제시에 비해 실제 성과와 수단은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해명’으로도 보인다.

▲부시의 대북 5대 과제 = 부시 대통령은 2001년 6월 자신의 행정부의 대북정책방향을 설정한 성명에서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 인권을 해결해야 할 4대 과제로 제시한 이후 새해 국정연설 등 주요 연설과 전략보고서에선 이들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해 언급해 왔다.

그러나 이번 NSS 보고서에선 북한에 대해 “더 광범위한 우려”도 갖고 있다며, “위폐, 마약과 기타 불벌활동 관여”도 제기하고 정책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우리의 국가.경제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불법활동을 자신의 주요관심사의 하나로 추가했다.

이에 대해 그린 전 보좌관은 북한 불법활동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시점이었던 2001년에 비해 그동안 조사 결과 이 문제의 규모와 심각성이 크게 드러난 데 따라 새로 보고서에 언급된 것이나 5대 과제로 추가하는 공식 절차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활동 문제가 “사실상” 5대 과제의 하나로 편입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4개 과제와 “매우 중요한 점에서 다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 인권은 북한과 협상.대화의 의제이지만, 불법활동은 위법문제이므로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최근 북한의 위폐 대화채널 요구에 “불법활동을 그만 두면 되지 긴 얘기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일축했었다.

▲선제공격 독트린 적용되나 = 보고서는 이란을 “최대 도전”이라고 못박았지만, 북한에 대해서도 “중대한 확산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의 활동이 “임박한 위협”을 제기한다면 “이론적으론 분명히” 선제공격 독트린이 선택안의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북한이 어느 시점에 핵무기를 (테러리스트 등에게) 인도하겠다고 위협하는 시나리오에선 군사옵션을 매우 적극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것.

그는 그러나 “그렇다고 미 정부가 현재 군사옵션을 매우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며 “현 시점에서 초점은 어디까지나 외교 해결에 맞춰져 있다”고 역설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보고서가 이란에 대해선 “대결(confrontation)을 피하려면 협상이 성공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북한에 대해선 이 표현을 쓰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1기 보고서 북한 대목 = 4년전인 2002년 9월 발표된 1기 NSS 보고서는 9.11테러공격 1년 후이자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는 시점이고, 북한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현재와 같지 않은 상황이어서 2기 보고서에 비해 북한 관련 언급은 미미한 편이다.

1기 보고서에선 북한이 “지난 10년간 세계 탄도미사일의 주된 조달자 역할을 하고 지속적인 시험을 통해 미사일 성능을 계속 키워오는 한편 자체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해왔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불량국가들과 그 테러리스트 고객들”을 저지해야 한다는 정도였다.

▲”한.미 21세기 동맹은 형성중” = 보고서는 동아시아 에서 6자회담 등을 통한 다자 안보협력 틀의 발전을 환영하면서도 이들이 “이 지역 핵심 국가들과 건전한 양자관계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아태지역 안보를 미.일동맹을 비롯해 한국, 호주 등과 양자동맹 등 부챗살 모양의 안보구조에 계속 의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한편 미국, 호주와의 동맹관계에 대해선 현재완료형으로 기술하면서도 한국과 동맹에 대해선 “21세기로 이어가기 위해 공통비전을 공동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진행.진화형으로 묘사해 눈길을 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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