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론 복귀하나

북한의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 대사가 1년반만에 워싱턴 방문 허가를 받아 27일(현지시간) 참석한 심포지엄에서 ‘경수로 완공전 핵 해체 불가’ 등의 입장을 밝힌 것은 북한이 제4차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 타결 이래 대외적으로 주장해온 해온 것들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6자회담장 안의 협상 대표와 협상장 바깥의 말이, 특히 북한의 경우 다를 수 있으므로 한 차석 대사의 말이 5차회담에서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이르다.

그러나 제5차 6자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는 점과, 미 국내 정치 동향이 제4차 회담 때와 달리 북한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조짐 등으로 인해 한 차석 대사의 이날 발언이 미국의 대북 ‘분위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 차석 대사의 발언에 대한 논평 주문에 공동성명이 타결된 6자회담장에 “북한 대표단도 다른 5개국 대표단과 함께 있었다”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6자회담 대표들이 합의한 원칙이 중요하지, 북한 정부 관계자들의 선전성 주장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도 한 차석 대사의 발언 내용에 대해 “북한이 늘 하는 말”이라며 북한 입장이 새로이 더 강경해졌다거나 하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니 강해보인다”며 미 정부 안팎의 대북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다.

최근 미 행정부내에선 딕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강해진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6자회담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을 추진했으나 제동이 걸린 것도 이들 강경파가 힐 차관보가 방북하는 대신 돌아올 때는 북한 영변 원자로 가동의 즉각 중단이라는 보따리를 갖고 와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공동성명 타결 직후 부시 대통령의 ‘진일보’ 평가에 눌려있던 공동성명 내용에 대한 강경보수파의 목소리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 증대와 함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최근 대북 인권단체들이 인권문제를 이유로 공동성명과 부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네오콘 논객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이 공동성명을 ‘파멸적인 장기적출 자해 행위’라고 비난한 것 등이 그 사례다.

해리엇 마이어스의 대법관 지명 등 일련의 문제들에 대한 보수층의 불만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이 지지기반에 대해서도 흔들리는 양상이다.

마이어스 대볍관 지명자의 지명 철회는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지지를 다시 수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이 보수 지지기반의 복구를 위해 그나마 작은 문제인 마이어스 지명자를 희생시키듯,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흐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통해 보수층 달래기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미국에도 중대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라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중동문제나 미 국내 경제 문제 등에 비해선 부차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 차석 대사의 워싱턴 발언이 새로운 것은 아님에도 미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를 높이는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부시 행정부에 정통한 한 미국인 인사와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부시 행정부내 온건파가 최근 네오콘이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정을 좌우하려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고 하더라”며 “그 인사는 북핵 문제에서도 북한이 5차회담에서 너무 강하게 나올 경우 미국내 여파를 우려했다”고 전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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