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친서 함축 의미…’클린턴과는 다르다’

“어떤 길을 가든 클린턴 시절과는 다를테니 분명한 선택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북핵 협상에 정통한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8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보낸 친서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을 ‘폭군’이나 ‘피그미’, ‘버릇없이 구는 아이’로 지칭했던 부시 대통령이 ‘친애하는 김 위원장에게(Dear Mr. Chairman)’로 시작해 `진심으로(Sincerely)’로 마무리하고 친필 서명까지 한 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보면 간단치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번 편지에서 ‘클린턴과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것이란게 이 소식통의 분석이다.

다시 말해 1990년대의 제1차 핵위기를 봉합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경수로 건설 등을 감안해 10년 이상의 시간을 북한에 줬던 것과 달리 ‘어떤 결정이든 빨리 하라’는 강한 재촉이 편지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이 7일 이번 친서의 내용을 놓고 의문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올 12월 31일까지 북한이 완전하고도 정확한(complete and accurate) 핵신고를 해달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친서에서 핵탄두 수, 무기급 핵물질 생산량, 핵 기술.물질 이전 공개 등 3가지 난제의 해결을 강조했다고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7일 보도했다.

이 3가지 사항은 부시 대통령이 국내 강경파들에게 시달리는 현안이다. 미국 내 일부 강경파들은 부시 대통령이 2003년 봄 기존의 압박에서 벗어나 북한과 협상을 시작한 이래 5년이 흘렀지만 ‘두드러진 성과가 없다’며 몰아세우고 있다.

오히려 지난 5년간 북한에게 무기급 플루토늄만 생산토록 방치해 결국 지난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한게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극도로 중시하는 이스라엘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인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문제와 관련, 강경파들은 ‘북한에 자꾸 시간을 줄 경우 이번에는 우라늄 핵무기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할 수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분명한 톤으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것이 바로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과거 북한을 압박할 때나 북한과 협상을 하는 현재나 항상 갖고 있는 기본적 시각은 북한에게 시간을 많이 줄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어쨌든 ‘클린턴과는 반대(ABC.Anything but Clinton)’라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물론 6자회담 참가국 지도자들에게도 함께 친서를 보낸 것도 과거 세차례 김 위원장에 친서를 보냈던 클린턴 대통령과 차이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떤 방향이든 신속하게 하겠다’는 의미가 부시 친서에 담겨있다면 북한의 선택에 따라 전개될 향후 상황도 매우 빠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북핵 외교가의 반응이다.

만일 북한이 부시 친서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수용해 연말까지 미국을 만족시킬 수준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내놓을 경우 부시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대북 경제 지원 등의 약속을 이행하는 한편 내년 8월 정도까지 평양이나 워싱턴에 양국의 대표부 설치, 그리고 곧이어 양국 수교까지 가는 ‘고속도의 관계정상화 로드맵’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다시 시간을 끌면서 ‘없는 것을 어떻게 있다고 하느냐’는 논리를 고수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더이상 지연전술에 당하지 않겠다’며 전격적으로 협상공간을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지난 6일 한 조찬간담회에서 북핵 신고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핵문제는 안정적 국면으로 가느냐, 삐걱거리는 굴곡을 겪느냐의 고비에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 현재의 국면을 정확히 지적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응, 그것도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기다리고 있는 국면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북핵 외교가의 분위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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