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친서 보냈지만 ‘김정일觀’ 불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특별히 언급했다. 근래 없던 일로 올해 들어 김 위원장에 대한 첫 언급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물론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해 나온 발언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출입기자의 질문에 답변, 세계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유대 강화를 강조하면서 나온 언급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김위원장과는 개인적 관계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밝혀 ’부시의 김정일관(觀)’이 새삼 관심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현안 회견 도중 “이제 와서 김정일과 개인적 유대를 가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개인적 유대가 “불가능한 관계”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간간이 붙였던 ’Mr.’ 호칭도 생략했다.

김 위원장과는 개인적 유대를 가질 생각이 없으며 아예 그런 생각을 할 여지조차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부시의 이날 발언은 특히 미국의 국가지도자로서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유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와 주목됐다.

부시는 지난 7년간 “비록 그들과 의견을 같이하지 않는다 해도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러시아 지도자 등과의 개인적 유대관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는 ’개인적 관계’가 불가능하며, 그런 관계를 맺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 것은 김 위원장을 보는 그의 시각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는 과거 김 위원장을 ’압제자’ ’폭군’이나 ’피그미’, ’버릇없이 구는 아이’로 지칭하며 마음 속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친애하는 김 위원장에게(Dear Mr. Chairman)’로 시작하는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보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부시는 당시 친서를 ‘진심으로(Sincerely)’라고 마무리하고 자신의 이름 아래 친필 서명까지 했다.

부시의 이 같은 친서는 문서를 통해 김 위원장이 공식 대화 상대임을 인정했다는 분석과 함께 부시와 김 위원장 간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까지 낳았었다. 북한도 부시의 친서를 입버릇처럼 요구해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전환’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됐다.

‘김정일과 개인적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부시의 발언은 김 위원장을 보는 그의 시각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와 김 위원장의 대화가 시작됐다는 일각의 관측은 너무 앞선 것으로 앞으로 1년도 채 남지 않은 부시 임기 중 양자 간 대화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시가 김 위원장과 개인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해서 6자회담을 통해 추진 중인 북핵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부시 행정부 정책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앞서 ‘김정일 위원장과 한반도 정전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이 같은 부시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에도 부시는 김 위원장이 좋아서 만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니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종전협정에 함께 서명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 입장엔 변함이 없다는 얘기였다.

부시는 취임후 2002년 초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 시리아와 함께 `악의 축’ 국가로 지목,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며 양국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바 있다.

‘폭군’ ‘피그미’ 등 김 위원장을 지칭하는 부시의 발언은 물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언급을 빌미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한 끝에 2006년 미사일과 핵실험을 잇따라 강행했었다.

이후 부시는 지난해 ‘나는 결심했다’며 북한과의 협상정책을 분명히 했으며, 김 위원장 앞 친서를 보내는 등 이전과는 판이한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도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시의 이번 발언은 결국 김 위원장에 대한 기본 시각이 바뀐 게 아니라 북한이나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말해준 셈이다.

‘김정일과 개인적 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부시의 발언은 적대국가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경선후보의 입장과는 대비된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오바마는 ‘두려움과 협상해서는 안되지만 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된다’며 북한, 이란, 쿠바 등 적성국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피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북한과 김 위원장이 부시와 오바마의 이런 발언들을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