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조급…北核검증 부실 우려된다”

▲ 신성택 박사. 현재 미국 몬트레이 국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렌슬러 폴리테크닉대학에서 핵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분야의 안보전문가다. ⓒ데일리NK

최근 열린 싱가포르 회담 결과는 ‘정확성’과 ‘완전성’에서 부족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향후 구체적인 검증과정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한 ‘추가 발견’이 이루어질 경우 합의과정이 모두 부정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몬트레이 국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분야 전문가인 신성택 박사는 18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부시 행정부가 조급함을 버리고 더 인내심 있게 북핵문제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박사는 “북한은 1961년 영변에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해 첫 삽을 뜬 이래로 ‘핵무기 보유를 통한 체제유지’ 노선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현재는 한국을 ‘핵인질’삼아 부가적인 이익을 노리는 전략을 주로 구사하고 있지만, 핵무기 보유를 통한 ‘체제유지’라는 본질적인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또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전쟁’과 ‘북핵’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이해되는 경향이 강화되어 버렸다”며 북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당근과 채찍’정책을 보다 더 적극적이고 절묘하게 배합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미 관계를 과거 수준 이상으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성택 박사는 미국 몬트레이 국제대학교 교수로 육사(30기)를 졸업하고 렌슬러 폴리테크닉대학에서 핵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분야의 안보전문가다. 2006년 8월부터 미 대학 강단에서 국제정책학과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분석 및 대응책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신성택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

-핵보유를 통해 북한이 노리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북한이 1961년 영변에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해 첫 삽을 뜬 이래로 북한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체제유지’밖에 없다. 핵실험 이전에는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엄포를 통한 체제유지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국’으로써 체제유지 정책을 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다.

특히 한국을 ‘핵 인질’삼아 부가적인 이익(돈벌이 수단, 무기수출, 식량 지원 요구 등)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체제유지’라는 본질적인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

“미국이 종래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라는 입장을 포기하고 ‘간접신고’ 형식으로 돌아선 것이 개인적으로는 약간 불만족스럽다. 어떤 ‘형식’으로 신고를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확성’과 ‘완전성’은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빠져있다. 가장 큰 원인은 부시 행정부의 조급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합의는 향후 구체적인 검증 과정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추가 발견’이 이루어질 경우(다른 말로 ‘신고의 완전성’ 문제에 착오가 생기면) 그때까지의 합의과정이 모두 부정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진행된 합의는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

-핵무기 제조에서 ‘플루토늄 방식’과 ‘우라늄 방식’의 차이점을 좀 쉽게 설명해주시고, 그것을 정확히 구분해서 신고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면) 일단 플루토늄은 인공원소다. 반드시 원자로에서 연소되고 남은 연료봉을 재처리 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생성할 수 있다. 대형 원자로, 재처리 시설, 폐기물 시설 등 시설과 장비 규모도 엄청나 ‘은닉성’에 큰 약점이 있다.

반면, 우라늄은 자연상태로 존재하며, 비교적 간단한 과정을 통해 추출과 농축이 가능하다. 시설이 매우 간단하고 감추기도 용이하다. 실내에서도 가능한 정도이고, 폐기물도 거의 안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제조방식으로만 본다면 플루토늄 추출보다 농축우라늄 방식이 조금 더 나은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 때 필요한 복잡한 시설과 규모는 가장 큰 단점이면서 가장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국제 사회에 ‘우리가 지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북한 역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고 더 많은 양보와 보상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신고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차이 때문이다. 플루토늄은 그 추출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지만, 우라늄 농축 방식은 그렇지 않다. 감추려고 작정하고 감추면 절대 찾아낼 수 없고 그 양을 예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핵확산 문제’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북-시리아 사이의 커넥션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작년 8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폭격 이후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정보를 분석해본 결과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커넥션이 이란과의 커넥션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영변에 있는 원자로는 이른바 ‘흑연감속형원자로’로 이는 핵전문가 사이에서는 ‘핵무기 제조형 원자로’라고 불릴 만큼 노골적인 플루토늄 생산 장비다. 현재는 돈을 아무리 많이 주더라도 시설을 구할 수가 없으며, 오직 가능한 곳은 북한뿐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핵확산 문제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신고에 임하는 북한의 성실성(신뢰성)’일 것이다. 북한이 어느 정도 성의 있게 신고에 임하느냐의 문제다. 그 외에 ‘기술적 관점’의 문제도 있다. 검증 과정에서 당연히 미국식 검증 방식을 따르겠지만, 한 가지 조심할 것은 부시가 지금 매우 조급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정말 착실하게 검증에 임할지가 우려스럽다.”

-앞으로 북‧미 양자회담에나 6자회담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하나?

“올 해 안에 6자회담은 정상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10‧4 합의 이후 초조감이 높아질 만큼 높아진 가운데 최근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추진력이 생겼기 때문에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6자회담이 열리는 것이 대선을 앞둔 공화‧민주 양당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고, 한국의 새 정부 입장에서도 6자회담이 정상화 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본다.

문제는 11월 선거 이후 매케인이 당선되었을 경우인데, 이럴 경우 북측이 당장 회담을 중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기존의 6자회담과는 다른 형태로 회담의 형태나 내용이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바람직한 북핵문제 해결방안이 있다면?

“사실 그 동안 대화나 회담으로 해볼 만한 것은 다 해봤다고 본다. 양자회담, 3자회담, 6자 회담 등을 다해봤다. 회담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6자회담보다 양자회담이 더 좋다고 생각되지만, 둘이서만 회담을 하니 문제가 많았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최소한 3자 이상의 주변들이 참여하는 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것은, 회담을 위한 회담보다는 ‘당근과 채찍’정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근’만을 주게 되면 마치 아편처럼 자꾸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국가가 북한이다. ‘채찍’전략이 절묘하게 배합되는 협상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종합적 평가. 특히 전공분야이신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분야를 중심으로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평가를 부탁드린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지난 10년간은 당근만 썼지, 채찍을 쓴 적이 없다. 지난 정권은 가끔 북한이 ‘이래도 당근만 줄까’라는 시험을 해도 끄떡없이 당근만을 주어온 정권이었다. 당근만 계속 주면 버릇이 나빠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특히, 가장 아쉬운 점은 PSI 에 가입해서 활동하지 않은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남북관계’와 ‘북한문제(핵문제)’는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세계 각국 반군들에게 북한제 무기들이 팔려나가고 있고, 단거리 미사일(스커드) 대부분이 북한산인데, 이런 현실에서 남북관계만을 고려해 PSI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나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전쟁’과 ‘북핵’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이해되는 경향이 강화되어 버렸다. 사실은 ‘불조심’과 ‘소방서’의 관계라고 봐야 한다. 불이 안 나면 소방서의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선후관계가 잘못된 이야기다.

새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절묘한 정책을 내걸었다고 본다. 이걸 완전한 ‘조건론’으로 해석하면 ‘비핵, 개방이 100% 완수되기 전에는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압박이나 요구를 병행(선행)하며 북한의 행동에 맞춰 합당한 지원을 병행해 나간다는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이 정책이 상당히 절묘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북한 관련 정보를 미국이 한국에 충실하게 전달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이것이 북한의 핵문제가 더욱 커진 원인이다. 새 정부에서는 한․미 관계를 과거 수준 이상으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