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제3자 이전시 전적인 책임지울 것”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 북한의 ‘성공적 핵실험’ 발표에 성명을 내고 북한이 핵무기나 물질을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대북 금지선으로 비교적 명확히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금지선’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핵무기나 물질을 제3자에게 이전할 경우 “우리는 북한이 그러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 부시 행정부 고위관계자들 가운데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이런 표현을 쓴 전례가 없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제3자 확산을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표현보다 구체성과 심각성을 띤 것임은 물론, 미국에 대한 위협이므로 유엔 등 다자협의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미국 단독으로라도 행동할 것이라는 함의도 보인다.

이날 부시 대통령 성명 중간에 포함된 이러한 대목은 현 시점에선 북한의 핵무기나 핵물질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북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 등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는 근거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성명과 미 정부 내부 움직임에 대한 미국 언론 보도,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입장 등을 토대로 북한의 핵실험 실시 발표 후 미국 정부의 대응 방향과 관련 주요 이슈들을 점검해본다.

◇금지선 = 전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핵물질을 재처리할 경우 폭격하겠다는 입장을 북한에 분명히 전달함으로써 금지선을 명확히 제시했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금지선을 제시하면 북한이 이를 어기도록 조장하는 셈”이라는 이유로 금지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북한이 져야 한다는 언급은 이례적이다.

부시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거나 북한이 자신들의 실책을 깨닫게 해주겠다고 하는 등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강력한 대응조치가 곧 취해질 전망이지만, 클린턴 행정부 때와 같은 의미의 금지선은 제3자에 핵무기나 물질을 이관하는 것일 것이라는 게 그동안 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관측이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최근 북한의 핵실험 자체보다는 테러단체 등 제3자에 대한 확산 위험에 초점을 맞춰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제재 =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대응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북 제재는 철저히 다자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명분과 제재 실효의 실리 양면에서 미국은 실제 대북조치를 선도해가기보다는 다른 나라나 유엔을 앞세우고 있다.

미.일이 안보리 결의안에서 가장 핵심 요소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북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과 대량살상무기와 부품.물질의 압수.

이 내용이 최종 결의에 포함되면, 미국이 ‘뜻을 같이 하는’ 70여개국과 함께 주도하고 있는 확산방지구상(PSI) 조치에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라는 국제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그러나 이 내용이 결의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PSI를 북한에 확대.강화해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미사일 발사때처럼 일본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 결의에 따른 실질 조치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특히 한국, 중국, 러시아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 양자관계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제재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유일한’ 대책이기도 하다.

북한 선박 검색, 금융제재 확대, 무기 금수 등 미.일의 대북 결의안에 포함된 조치들은 모두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협력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안보공약 = 부시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일본을 명시해 “이 지역 우리 동맹에 대한 전 범위의 (대북) 억지 및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중국을 의식했음인지 대만은 명시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의 “전 범위에 걸친” 안보공약은 물론 미국의 핵 우산 정책을 의미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론 북한의 핵실험이 몰고올 음울한 파장가운데 하나인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의 핵개발 도미노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것이지만, 단기적으론 대북 제재시 북한의 대응 수위에 대한 경고다.

특히 북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은 북한에 의해 사실상 해상봉쇄로 해석될 수 있고, 북한은 이에 대해선 적대행위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혀왔다.

북한의 핵실험 직전인 지난주 후반 빅터 차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실함을 할 경우 일본의 핵무장 움직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모른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생각치도 못한 원치 않은 다른 결과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다수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제1목표가 정권생존이라며, 북한이 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의 대미 충돌은 피할 것이기 때문에 군사 충돌 가능성은 적다고 말하고 있다.

차 보좌관은 그러나 국제관계의 역사를 상기시키며 “이런 일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1차, 2차, 3차 파장을 일으킨다”고 말해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외교 = 부시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의 외교 (해결) 공약은 여전하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상황에서 공명은 미약하기 그지 없지만, 북핵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면서도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일시 중단하면 협상 국면으로 갈 수 있고, 이란에 제시해둔 포괄적 유인책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혀왔다.

북한에 대해서도, 핵실험에 따라 더 강한 제재를 추진하지만 6자회담과 공동성명은 계속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핵무장한 북한에 대한 불용’ 입장이 ‘치명적 위협’이나 ‘최후통첩’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정책 천명”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북한 정권 붕괴를 위한 게 아니라 6자회담에 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행되고 북한이 그에 반발함으로써 긴장과 충돌위기가 고조될 게 틀림없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외교’ 노선으로 회귀 전망은 희박하다.

그러나 내달 7일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나면, 의회 판도 변화와 그때의 한반도 정세 등에 따라 새로운 전기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때 특히 미 상.하 양원을 통과한 대북정책조정관 임명 법안이 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세상이 달라진” 만큼, 부시 대통령이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 미국의 대북 핵.미사일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북 협상을 큰 틀에서 조정.지휘토록 한 이 법의 취지를 부시 행정부가 거부하기보다는 적극 활용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조정관은 대북 협상자로서가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차원에서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처럼 북한과 양자접촉과 대화를 벌일 수도 있다.

다만 북한과 미국 모두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엔 각각 핵실험 강행과 제재 강화의 충돌 길을 걸을 것이라고 서로 예상하는 경로를 밟아왔고, 미국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무시하겠다는 입장이며, 북한은 그러한 미국의 입장까지 계산에 넣고 벼랑끝이 아니라 벼랑끝의 너머도 각오하고 나온 것이라면 외교로 복귀 계기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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