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외교기조 유지…북엔 `양날의 칼’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원칙을 재천명함으로써 미국의 입장이 일단은 외교적 기조 유지로 정리됐다.

특히 두 정상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 결단시 ▲대북 다자안전보장 ▲에너지의 실질적 지원 ▲북미간의 ‘보다 정상적인 관계’(more normal relationship) 추진이라는 방안에 합의한 것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핵포기에 대한 이런 상응조치들은 작년 6월 열린 제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던진 안을 사실상 되풀이한 것으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한 동결 기간에 중유 공급, 잠정적 다자안전보장, 북한 에너지 수요연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경제제재 해제 문제의 협의 개시를 제시했으며, 북한의 관련 조치가 완료되면 항구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북미간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장애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작년 11월의 칠레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만 합의하고 “한반도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삼겠다”고 말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입장은 좀 더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직접 궁극적으로 북미 수교를 뜻하는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약속한 것은 그 것이 비록 핵포기를 조건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 현 시점에서 지니는 의미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핵포기를 미국과의 관계진전, 즉 수교와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이런 직접 언급은 북한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만약 회담에서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언급됐다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대북에너지 지원이나 다자안전보장 등의 얘기는 이미 나온 것들이지만 북한은 핵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핵 6자회담이 공전된 지 1년이라는 상징성에 기반해 미국 조야에서 대북 강경론이 끊이지 않는 시점에 부시 대통령이 직접 북핵 불용과 함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천명, 미 행정부내 입장을 일단 ‘교통정리’를 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일정 기간은 대북 강경론이 물밑으로 잠복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하지 않을 것임을 수차 재확인했음에도 북한이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것이나, 만약의 경우를 상정한 ‘외교 이외의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 등도 회담 복귀를 저울질하는 평양 당국으로서는 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이 같은 부시 대통령의 입장은 북한이 끝내 호응하지 않을 경우 ‘급반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으로서는 ‘인내의 한계’를 느끼는 가운데에도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입장을 지지하는 등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주었는데도 북한이 이를 무시할 경우 미 행정부내 대북 강경론자들의 공세에 본격적인 발판을 제공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대북 강경책에 반대입장을 표명해 온 우리 정부도 대미 발언권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의 현명한 결단 여부가 주목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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