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오바마에 `北 HEU’ 족쇄 채우나

불과 일주일 정도 후면 퇴임하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12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가능성을 제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선의’로 해석하자면 북핵 비핵화 2단계를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는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적 사안을 회고적 차원에서 짚어보고, 차기 행정부의 선결과제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딕 체니 부통령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주 약속이라도 한 듯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잇따라 제기하고 나선 데 이은 것이라는 점에서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 대한 단순한 `조언’ 수준을 뛰어넘는 듯 하다.

공화당 정권 8년의 막을 내리고 민주당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 이임 행정부는 정책의 연속성과 보수진영의 목소리 내기 차원에서 무언가 통일된 메시지를 차기 행정부에 전달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과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하나는 지난 2002년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을 여전히 그렇게 인식하는지 였고, 또 다른 하나는 버락 오바마 새 정부가 안보문제와 관련해 다뤄야 할 가장 시급한 위협은 무언인가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재차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 그는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해서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적당히 용인하지 말고 핵심인 HEU문제를 확실히 따져야 한다는 뜻을 부시 대통령은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 진전을 원한다면 북한은 강력한 검증조치를 허용키로 한 북핵 6자회담 합의사항을 이행, HEU 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촉구한 것은 `선(先) 검증체계 구축-후(後) 관계정상화’라는 가이드라인을 오바마 차기 대통령에게 제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런 언급은 부시 행정부가 집권 2기에는 북핵의 동결.해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면서 HEU문제는 사실상 뒷전으로 미뤄뒀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2002년 북한이 은밀하게 고농축우라늄을 개발해 갖고 있다며 이의 폐기를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불러와 2006년 플루토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실험 감행으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정보분석가들은 북한이 완전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는 식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에 대한 명쾌한 담보도 없다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기로 발표했고, 10월에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 했다.

이렇듯 플루토늄의 폐기를 위해서는 고농축우라늄의 실재 여부에 비교적 `관대’했던 부시 행정부가 정권말기에 HEU 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오바마의 `대북 과속’을 막기위한 보수진영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읽혀진다.

오바마 당선인은 그간 북한과 `직접적이고 터프한’ 협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으나, 보수진영이 이처럼 HEU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걸어놓는다면 이를 무시한 채 `통큰 외교’를 밀어붙이는데는 일정한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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